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20일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그룹 경영권 관련) 후계 내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방 전 행정관은 해당 말씀자료에 “삼성그룹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므로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해 삼성그룹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구절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방 전 행정관은 이 내용이 윤아무개 행정관이 작성했다고 말했다.

방 전 행정관은 “현 정부 임기 내 승계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구절도 있었다며 “윤 행정관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서 썼다고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관여했고, 국민연금의 결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방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 때도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때는 대기업 개별 면담자료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이 “박근혜 정부 이전 정부에서도 재벌 총수들과 면담한 사례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방 전 행정관은 이를 인정했지만 “재벌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을 위한 자료를 준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재벌총수 개별 면담 말씀자료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방 전 행정관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대기업들에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관련 당부의 말을 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안 전 수석이 기업들의 명단을 직접 불러줬다.

재판관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 날카롭게 질문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방 전 행정관이 해당 내용을 작성할 때 ‘기밀사항이니 은밀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에 대해 “왜 기밀이라고 생각했느냐”고 물었고, 방 전 행정관은 “법적 절차를 거쳐 설립된 재단이 아니라 기밀로 다룬 것 같다”고 답했다.

▲ 지난 2015년 8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 지난 2015년 8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강 재판관은 “2016년 7월 언론에서 재단법인이 설립됐는데 청와대가 개입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면서 문제가 됐다”며 “법적근거가 없는게 걸렸다면 절차상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들께는 (청와대에서) ‘좋은 뜻으로 했다’는 걸 설명하는게 순리 아니냐”고 물었다. 방 전 재판관은 이에 모두 수긍하는 답변을 했다.

강 재판관은 “안 전 수석은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하고 국회 가서는 위증하라고 하는데 이유는 못 들었느냐”고 물었고 방 전 행정관은 “네”라고 답했다.

서기석 재판관도 “(문화·체육재단) 설립 검토를 왜 경제수석비서관실에서 하는지 생각 안 해봤느냐”고 물었고, 방 전 행정관은 당시엔 특별히 업무영역과 관련없이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서 재판관이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아야 하니 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경제수석실에서 나선 것 아니냐”고 물었고, 방 전 행정관은 “추측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며 이를 인정하는 답변을 내놨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