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20일 1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됐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상목 전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차관)에 대해 증인채택을 철회했다. 두 증인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이 증거로 신청해 재판정에서 재생해달라고 했던 ‘김수현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헌재는 녹취파일 자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며 재판정에서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검증도 거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4일이 너무 빠르다며 3월2일이나 3일로 재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헌재는 거절했다. 

헌재는 대통령 직접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다음 변론기일(22일) 전까지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경우 국회나 재판관들이 신문할지에 대해서도 유권해석을 요청했는데 헌재는 신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은 신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결정된 사항을 종합하면 헌재가 지금껏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줬고, 더 이상의 지연전략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인 최상목은 출장을 이유로, 증인 김기춘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재단설립관련 내용은 안종범, 이승철, 방기선 등의 법정진술과 수시기관의 진술서 등을 통해 파악했고, 관련 기업체에 대해서도 사실조회를 했다”며 “김기춘 증인에 대해서는 지난 7일 ‘다음에도 불출석하는 경우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저희들은 (김기춘 증인이) 24일 출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행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고영태에 대해서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 대행은 “증인 고영태는 양측에서 모두 신청한 증인인데 수차례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송달을 시도했지만 안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중환 변호사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녹취파일에 대해 강일원 재판관은 “녹취록을 충분히 봤고 녹취파일 일부를 들어봤는데 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중복 증거”라며 “녹취파일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핵심은 피청구인(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의 관계인데 녹취록 부분은 최순실 직접관련 부분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40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40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녹취파일의 증거조사는 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조사한다”며 “녹취에 나온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사소송규정에 나와있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 출석시 국회나 재판관이 신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 대행은 “헌재법 49조에 따라 최종변론기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출석하면 소추위원측이나 재판부에서 신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대통령 출석여부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는데 답변이 없다”고 하자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부의 답변 내용을 보고 상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다음 변론기일(22일) 전까지는 확정을 해주셔야 저희도 준비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도(출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최종변론까지) 남은 시간도 있기 때문에 최종변론 이후에는 기일을 추가로 잡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최종변론기일에 대해 “대통령 측에서 3월2일, 3일로 연기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이 출석을 하는지 여부를 22일 전까지 말씀해주시고, 22일 증인으로 예정된 안종범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이날 증인으로 예정된) 최순실 출석여부를 보고 재판부에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최종변론기일은 24일로 잡혀있지만 대통령 출석 여부와 22일 안종범, 최순실 증인 출석 여부에 따라 최종변론기일이 변동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중환 변호사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재판부의 공정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 막판에 김평우 변호사가 추가 발언이 있다고 했지만 이 대행이 시간이 다됐다며 다음 변론기일에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하자 이에 항의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을 하려는데 그 부분을 막아서 (공정성에) 의구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헌재 ‘공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중환 변호사는 고영태 증인신청에 대해서도 “변호인단 전체 회의를 거쳐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대통령 출석여부에 대해서도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중대한 결심(대리인단 전원사퇴)은 아직 유효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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