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내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혀주십시오” 지난 2015년 7월18일 숨진 채 발견된 임아무개 국정원 과장의 누나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 한 말이다. 임 과장의 누나는 동생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먹이며 말했다. 

지난 18일 그알에서 방송된 선거 2부작 시리즈 중 2편 “작전 : 설계된 게임-5163부대의 위험한 충성”은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조명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 시청률 10.4%를 기록해, 지난 방송보다 1.5% 상승했다. 

▲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해킹프로그램, 대선에 사용된 것 아닐까”

2015년 7월18일 경기 용인시 야산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당시 한창 논란이 된 해킹프로그램 RCS의 책임을 맡았던 국정원 임아무개 과장이다. 국정원은 “임 과장의 죽음으로 해킹프로그램 RCS와 관련된 상당 부분을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임 과장의 죽음이 조명받게 된 것은 해킹 프로그램의 구매 의뢰 시기 때문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알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해외 정보 취득을 위한 게 아니라 국내용은 아니었는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일명 ‘국정원 여직원’으로 알려진 김아무개씨다. 해당 직원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아 야당 의원들과 방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상한 건 당시 대선 후보 토론에서 나온 박근혜 후보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는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토론회가 끝난 밤, 경찰은 박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논란되자 터진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댓글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간첩 사건’ 이 터졌다. 서울시청 소속 공무원 유우성이 간첩이라는 것이다. 유씨 변호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매우 시끄러웠다”며 “박근혜 정부 정당성 시비가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 논란을 간첩 사건으로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정원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김당 전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알에서 “국정원이 이전처럼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면서 “국정원 수사국 같은 데는 가장 좋은 실적이 간첩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넘어가는 시점에 이걸 터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결국 조작으로 밝혀졌다. 유씨 간첩 사건의 핵심은 동생 가려씨의 증언이었다. 그러나 가려씨는 “오빠가 다 인정했다고, 오빠 간첩이라고”라며 “(국정원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오빠하고 한국에서 같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허위자백을 했음을 밝혔다. 

유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는데 협력했던 김원하씨는 그알에서 “누가 간섭을 못하니까 (국정원) 자기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거지”라면서 “완전히 날조”라고 말했다. 그는 “우성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도와주면 (한국) 국적문제뿐 아니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원세훈, 자기 세력과 반대되면 무조건 좌파”

국정원 대선개입,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임아무개 과장의 죽음. 이 모든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에 일어났다. 이에 대해 국정원 전 직원은 그알에서 “자기 세력과 반대되는 사람은 무조건 좌파”라고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을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지금 블랙리스트 처럼 좌파 명단을 만들었다”면서 “좌파 척결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 속에는 정권 재창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에 대한 안보보다 정권에 대한 안보를 중요시하는 국정원의 ‘위험한 충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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