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사실상 회의를 무산시키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늦추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신상진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며 맞섰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이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16일 오전 10시 예정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이 ‘회의취소’를 요구했고 신상진 위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은 오전 10시에 모여 대책 논의를 통해 야당 간사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했다며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미방위원장실에 항의방문을 하며 오후 2시 야당 단독으로 개의해 야당 간사가 사회권을 행사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논의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추천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통보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등장해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통보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등장해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런데 오후 2시30분경 신상진 위원장이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여당 간사)과 함께 나타나 갑자기 회의를 주재하며 야당 단독 논의를 막았다.

신상진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몇 차례 들은 후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했다.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할 경우 다시 개의를 할 권한도 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이용해 회의를 끝낸 꼼수”라고 비판했다.

신상진 위원장의 일방적인 정회 선포에 박홍근, 유승희, 신경민, 김성수 등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력하게 항의했다. 박홍근 의원은 “아직 발언을 하지 못한 의원들이 있는데 어딜 가냐”고 지적했고, 신경민 의원은 “이럴 거면 위원장직 사퇴하라”고 말했다. 김성수 의원은 소리치며 “민심이 여소야대인데,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저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하지 않자 ‘안건조정회 회부’카드를 썼다. 안건조정위는 날치기를 막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숙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6명의 의원이 90일 동안 논의해 3분의 2의결로 법안을 통과하는 방식인데, 제1교섭단체가 3석, 다른 교섭단체들이 3석을 가져간다.

양당제가 무너져 안건조정위는 의도치 않게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민주당이 제1교섭단체이기 때문에 기본 3석을 확보하고 국민의당이 최소 1석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야당이 4석을 가져가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하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하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하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1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이 돌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하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안건조정위에 들어갈 의원 추천을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국회법에 쓰여진대로 해야 한다. 위원장으로서 구성과 관련된 추천의사를 각 교섭단체에 확인하고 추천을 하지 않는 정당은 제외하고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상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에서 추천을 거부하고 있지만, 구조가 여당2 야4이기 때문에,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걸 뻔히 아는데 진행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사실상 공영방송법 논의가 야당에 유리한 구조에서 진행되니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신상진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상임위를 이끌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홍근 의원은 “여당은 회의 취소해달라고 했고 야당은 개의하자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통보를 했다. 그동안 공영방송법은 여야 간사 합의가 안 됐다며 진행을 하지 않았다.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변재일 의원은 “19대와 달리 양당제가 아니다“라며 ”4개 교섭단체 중 한 교섭단체가 입장을 바꿨다고 무조건 수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진 위원장의 퇴장 이후 야당 의원들은 ‘신상진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준비는 다 돼 있다. 금명내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 현장에 방송사 중 MBC만 취재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야당 의원들에게 “소회의실 들어가시죠. MBC가 찍고 있는데, 별로 좋은 거 안 찍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이 “(논의 과정을) 언론이 알아야 한다”며 반대하자 안 위원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안 하잖아요. 악의적으로 보도를 많이 하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이상민 의원은 MBC 촬영기자를 향해 “기자님 고생하시는데,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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