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의 압수수색 불승인을 ‘정지’시켜 달라는 특검 측 주장에 사법부는 “입법으로 해결하라”고 응답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박영수 특검이 신청한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 효력 정지’ 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행정소송의 경우 각하는 소송요건이 미비하거나 부적법하게 소송을 청구할 때 내리는 결정으로 소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는 기각과는 다른 결정이다.

▲ 홍정석 특검 부대변인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포커스뉴스
▲ 홍정석 특검 부대변인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포커스뉴스

재판부는 특검은 항고소송의 신청인(원고)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항고소송이 아닌 기관소송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소송은 특검과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이라는 국가기관 간 권한 행사에 관한 것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권과 영장집행권이라는 ‘권리’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됐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항고소송이 행정기관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소송이라는 점에 있다.

재판부는 지난 2013년 대법원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항고소송 원고 적격을 수용한 판례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불승인은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가 정한 압수․수색 절차 등의 요건에 따른 것이고, 특검의 권한 행사에 직접적인 제한이나 제재가 없는 점 등에 비춰” 특검에 예외적으로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해당 판례를 특검의 원고 적격 근거 사례로 인용한 바 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상 문제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는 청와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이 ‘군사상·공무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장소’임을 근거로 경내 압수수색을 불허한 것은 그러한 장소 압수수색 과정의 요건을 설정한 ‘형사소송 관련 사항’이므로 행정청의 위법한 권한 행사에 대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행정소송과는 그 보호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검이 이같은 판단을 염두에 두고서도 항고소송을 낸 이유는 특검이 택할 수 있는 쟁송수단이 없다는 점에 있다. 행정소송법은 기관 간 행정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해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청와대 측 불승낙은 법률이 정한 경우가 아니므로 특검은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

특검은 이같은 쟁송수단의 공백상황을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해석해 주길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이에 대해 ‘입법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책임자 등의 불승낙에 대한 쟁송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행정소송법은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법원이 피신청인들(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에게 승낙(영장 집행 협조)을 명할 수도 없다”며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해 의무이행소송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특검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및 한광옥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박 경호실장과 한 비서실장은 지난 3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을 형사소송법 110·111조를 들어 거부한 바 있다.

형소법 제110조 및 제111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과 관련된 장소·물건일 경우 책임자의 승낙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검은 같은 법조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적용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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