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극우단체가 KBS 항의집회를 연데 이어 16일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을 필두로 MBC 경영진만이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KBS 집회에서 “JTBC 이중대 KBS는 방송을 중단하라”며 “KBS는 기생충 같은 XX들”, “KBS를 폭파해야 한다”, “빨갱이 방송”이라고 험한 말을 쏟아낸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대한민국 미래연합, 대한민국 애국연합1917 등 친박·극우단체 소속 참가자 1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대한민국 언론의 희망 MBC, 잘한다 MBC! 고맙다 MBC! 힘내라 MBC!”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집회를 열었다.

집회 사회자는 집회 전 “태극기를 흔들면서 노래에 몸을 맡기세요”라고 흥을 부추겼고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MBC에 감사함을 표했다.

▲ 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대한민국 미래연합, 대한민국 애국연합1917 등 친박·극우단체 소속 참가자 1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대한민국 언론의 희망 MBC, 잘한다 MBC! 고맙다 MBC! 힘내라 MBC!”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대한민국 미래연합, 대한민국 애국연합1917 등 친박·극우단체 소속 참가자 1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대한민국 언론의 희망 MBC, 잘한다 MBC! 고맙다 MBC! 힘내라 MBC!”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참가자 몇몇은 경찰들이 질서 유지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세우자 발로 걷어차고 “야 이 XX야, 폴리스라인 냅두라고”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한 참가자는 경찰에게 “시끄럽게 하려고 온 게 아니라 MBC 힘내라고 왔다”고 말했다.

시민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인근 회사에서 태극기 집회를 바라보다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는 이아무개(48)씨는 집회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미국과 대체 무슨 관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난 일부 참가자들은 이씨에게 “야이 XX놈아”, “야 이 개XX야”라고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이 저지하는 와중에도 한 참가자는 이씨를 때리려고 했다. 이씨는 “일하다가 화나서 나왔다”며 “지금 상황이랑 미국이 무슨 관계길래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응원집회의 영웅은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이사장이었다. 참가자들은 “고영주! 고영주! 고영주!”, “고영주 만세”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반면 공정방송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공공의 적’이 됐다.

연사로 나선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안보가 넘치니까 언론노조가 그따위 짓을 한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은 언론노조가 일으킨 것과 다름없다. 언론노조는 여전히 대갈빡이 비정상”이라고 비난했다. 

조 대표는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했는데, 어떻게 방송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느냐”며 “언론노조는 씨를 말려야 한다. 6·25 때 (북한에) 당했던 것처럼 당해야 한다”고 폭언을 쏟아냈다.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 100여 명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자유한국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친박·극우단체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찍은 사진으로 만든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촛불 또라이 세력은 태극기 집회에 의해 사라지는 물거품”이라며 “현재 노조가 깔짝거리는 모양인데 모조리 해고해 쓸어버려야 한다. 제2의 광우병 촛불 폭동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발언을 할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맞습니다”, “맞습니다”라고 호응했고 언론노조를 향해서는 “정신병자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연단에서 내려온 조 대표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향해 “개마이뉴스”라고 폄하한 뒤 “맞아죽지 않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왜 그 좋은 소고기를 안 먹겠다고 하느냐”고 말한 뒤 “언론노조가 대한민국 국민 혈세를 빨아다가 적국에 좋은 일만 한다”며 근거없는 주장을 퍼뜨렸다. 

그는 또 “고 이사장은 잘 모르지만 그는 용감하게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고 추켜세웠다.

이 원장은 지난 2014년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단정하는 허위의 칼럼을 디지틀조선일보에 기고해 물의를 빚었다. 유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 무죄가 확정됐다. 

극우단체 참여자들에겐 MBC제3노조 위원장인 ‘MBC노동조합’ 김세의 기자도 영웅이었다. 이 원장은 “김세의 기자와 고 이사장님이 MBC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벼랑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며 “대한민국 반동세력을 대한민국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도 “김세의 기자 만세”를 외쳐댔다.

▲ MBC 김세의 기자와 최대현 아나운서가 집회 주최측과 오늘은 근무시간이라서 발언대에 오르기가 어렵다며 다음 집회 일정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행자는 다음주 수요일 집회때 김세의 기자가 발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MBC 김세의 기자(가운데)와 최대현 아나운서(오른쪽)가 집회 주최측과 오늘은 근무시간이라서 발언대에 오르기가 어렵다며 다음 집회 일정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행자는 다음주 수요일 집회때 김세의 기자가 발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MBC 김세의 기자와 최대현 아나운서가 집회 주최측과 오늘은 근무시간이라서 발언대에 오르기가 어렵다며 다음 집회 일정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행자는 다음주 수요일 집회때 김세의 기자가 발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MBC 김세의 기자(가운데)와 최대현 아나운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집회 주최측과 오늘은 근무시간이라서 발언대에 오르기가 어렵다며 다음 집회 일정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행자는 다음주 수요일 집회때 김세의 기자가 발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도 김 기자를 거론하며 “제3노조 김세의 기자가 고 이사장과 함께 싸워주니까 다행”이라고 추켜세운 후 MBC 노조위원장·사장 출신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향해서 “빨갱이 세상을 만든 원흉”이라고 막말을 던졌다.

김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 진영에서 목숨걸고 일베를 비판하는 이유는 인터넷에서 일베가 사실상 유일한 주류 우파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MBC 내에서 극단적 보수편향적 입장에 서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MBC 사장 선거에 출마한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에 대해선 “진짜 기자 정신을 발휘해 용기 있게 MBC를 이끌고 있다. 이런 사람이 사장이 되게 도우자”라고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날 김 본부장을 차기 MBC 사장 3인 후보에 올렸다. 

상암동 MBC 사옥 인근에서 친박·극우단체 집회를 오랜시간 지켜보던 최승호 MBC 해직PD는 “무슨 다큐 찍는 것도 아니고….”라며 추락한 MBC 위상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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