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 노조탄압 청문회’ 실시를 의결한 이후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야당과 노동조합을 맹비난하는 리포트를 이틀 연속 9꼭지나 내보냈다.

이 같은 MBC 경영진 비호만을 위한 ‘뉴스 사유화’에 대해 MBC 기자협회 등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MBC 청문회 규탄 보도는 사실상 뉴스데스크를 ‘국회 환노위 규탄시위’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C 보도국은 국회 환노위가 ‘MBC 청문회’ 개최와 지난해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자 14일과 15일 정치부와 문화부 기자들을 동원해 이 안건들을 통과시킨 야당을 비난하는 리포트를 아래와 같이 무려 9개나 내보냈다.

① 절차 무시하고 ‘MBC 청문회’ 날치기(김천홍 기자)

② “언론 장악하려는 치밀한 ‘대선 전략’”(김지훈 기자)

③ 언론관계법 잇단 발의..민주당 의도는?(장재용 기자)

④ “상임위 전면 거부”..국회 파행 불가피(류병수 기자)

⑤ “공영방송 재갈 물리기..탄압 중단하라”(김태래 기자)

⑥ MBC 청문회 '날치기 처리'에 국회 파행 불가피(류병수 기자)

⑦ 홍영표 위원장, 파장 예상에도 날치기 강행 배경은?(김준형 기자)

⑧ 허위 주장에 거짓 폭로, 계속되는 ‘MBC 흔들기’(김지훈 기자)

⑨ 수적 우위 앞세운 야당 독주, 곳곳 '날치기' 파행(장재용 기자)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 청문회’ 개최와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자 14일 뉴스데스크에서 야당을 비난하는 리포트를 5개나 내보냈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 청문회’ 개최와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자 14일 뉴스데스크에서 야당을 비난하는 리포트를 5개나 내보냈다.
이에 대해 MBC 기자협회(회장 왕종명)는 15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스 사유화’를 일삼는 보도책임자와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하고 어제의 뉴스 생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사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MBC 기자는 뉴스가 특정 정파나 집단, 개인은 물론이고 MBC 조직이나 구성원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도록 안팎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격한다.”(MBC 기자협회 헌장 중)

기자협회는 “회사에서 작성한 입장 발표문을 간추려 보도한 꼭지는 경악스럽다.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가능했던 뉴스냐”며 “MBC는 공영방송이고 그래서 MBC 뉴스는 MBC만의 것이 아니다. MBC 경영진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또한 회사에서 작성한 MBC의 입장이라는 것은 MBC 전체 구성원의 뜻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MBC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대해 “공영방송 재갈 물리기와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현재 청와대·여당 6, 야당 3의 일방적 구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을 여당 7, 야당 6으로 바꾸고 사장 선임 시 여야 추천 이사 9명이 찬성해야 하는 현재의 방송법 개정안이 어떻게 ‘언론 장악’ ‘재갈 물리기’라는 것인지, 그렇다면 6대3 구도의 현행법은 정권의 ‘언론 소유화’ 법안이라는 건지 설명을 원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증거가 없지만 해고했다’는 어느 본부장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부당한 인사 조치’라는 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경영진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언론 장악이냐”며 “MBC에 ‘청와대 방송’이란 오명을 선사한 경영진이 ‘언론 독립’을 들먹일 자격은 있느냐”고 비판했다.

13일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13일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MBC는 또 13일 ‘뉴스투데이’에서 “정통 법치주의자 ‘탄핵을 탄핵한다’ 출간” 신간 소개 리포트를 통해 책 저자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야당 측의 지도자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조기 선거를 노리고 기획을 한 치밀한 사전선거 운동이라고 판정을 한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MBC 기자협회는 “여전히 새로 나온 책 소개라는 미명 아래 탄핵을 반대하는 주장만을 한 꼭지에 오롯이 담아주는 꼼수나 부리면서, ‘야당의 폭거’, ‘의회 독재’라고 핏대를 올리는 건 부끄럽지 않으냐”며 “회사 경영진의 입장을 MBC 뉴스라는 소중한 공공재를 이용해 전파한 것은 전형적인 ‘뉴스 사유화’”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해당 기사들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뉴스데스크가 2012년 노조의 파업을 ‘불법 파업’, ‘불법 정치 파업’으로 지칭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오류”라며 “2012년 파업과 관련해 회사와 노조, 조합원 사이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줄곧 170일 파업은 명백한 합법이라고 일관되게 판결했다”고 밝혔다.

‘야당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라는 MBC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노조는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서 드러났듯 이미 ‘6대 3’ 구조의 폐해는 곪을 대로 곪아 터졌다”며 “이를 ‘여7 야6’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게 장악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사장 선임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다수제가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권의 언론 장악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기화 보도국장은 기자들에게 민주당을 공격할 것과 MBC 출신 박광온 의원을 기사에 포함할 것을 지시하며 “친노 좌빨”이라고 폄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국장의 이 같은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MBC는 ‘해직 언론인 복직 특별법’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비서실장에 이어 캠프 대변인까지 맡은 박광온 의원이 낸 법”이라고 소개하며 “‘불법 정치 파업’으로 해고된 민주노총 산하 MBC 노조원 등을 ‘국가 유공자’처럼 국고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폄하했다.

▲ 14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14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노조는 “문제의 리포트들은 청문회의 당사자인 경영진 스스로를 보호하고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동시에 특정 정파를 공격하는 데 급급했다”면서 “특히 마지막 리포트는 아예 사측의 성명을 그대로 요약해 내보냈다. 공공재인 전파를 경영진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쓰는 행태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이고 방송법은 물론 방송심의규정과 MBC 방송강령, 시사 보도프로그램 제작 준칙, 프로그램 일반 준칙에 모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5일 “뉴스데스크에서 ‘환노위 규탄시위’ 벌인 MBC 경영진과 보도국”이란 제목의 방송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특히 자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에 있어서 이렇게 철저하게 자사의 일부 구성원인 현 경영진과 그들에게 부역하는 보도국 일부의 입장만 철저히 반영해 보도한 것은 심각한 반저널리즘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야권은 MBC의 전횡, KBS에서 드러난 각종 ‘보도지침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방송법 개정안을 제안했는데 ‘정권의 언론 장악’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까지 하겠다는 언론개혁법들에 되레 ‘언론 장악’ 시도라 비난한 것도 언어도단”이라며 “MBC는 바로 그 여당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실현한 ‘방송 장악’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어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MBC 보도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엄중하게 심의해 합당한 제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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