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열전편찬위)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헌법행위 검토 대상자 405명(중복 포함 62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양승태 대법원장, 김장수 주중대사 등 현재 공직에 있거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부에 재직했던 이들도 집중검토 대상자에 올랐다.

열전편찬위는 “1차명단 발표 때까지는 사건을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1997년 이전으로 한정했는데 최근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해 현재까지로 늘려잡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차로 공개한 대상자 99명을 포함했다.

현재 공직자도 반헌법행위

열전편찬위는 이번에 선정한 집중검토 대상자 중 최소 7명에서 최대 11명에 대해 현직 공직자가 있다고 밝혔다. 탈북화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4명의 퇴직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다.

▲ 현재 공직에 있는 반헌법행위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 현재 공직에 있는 반헌법행위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열전편찬위는 현직 공직자 중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의 이유로 대통령 박근혜, 2012년 대선 수사방해,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 통합진보당 해산 등의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등을 선정했다.

대통령이 헌법 안 지켜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수호해야 할 인물 중 반헌법행위자 집중검토 대상자에 오른 이들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들이 헌법에 반하는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고위직에도 헌법에 반하는 활동을 한 사람이 많았다.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 고위직에도 헌법에 반하는 활동을 한 사람이 많았다.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대통령은 이승만·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박근혜 등 6명,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충훈·황교안 등 2명, 국회의장은 이승만·이기붕·정일권·백두진 등 4명, 대법원장은 민복기·유태홍·최종영·양승태 등 4명, 헌법재판소장은 윤영철 등이 선정됐다.

여성은 2명, 친일경력 의심 51명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제헌국회의장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을 발표한 이승만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을 보면 여성은 박 대통령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2명뿐이다. 열전편찬위는 “여성들이 헌법을 파괴할만한 권력을 가진 직위에 오르지 못했거나 그런 권력기관에 진입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405명 중 친일경력이 의심되는 사람은 51명이었다. 이 중 29명은 이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있고 나머지 22명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열전편찬위의 판단이다.

반헌법행위 유형은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 및 간첩조작 △부정선거 △언론탄압 △문민정부 이후 반헌법적 사건 등으로 구분했다.

민간인 학살 104명(중복제외 66명), 내란 86명(중복제외 61명), 부정선거 60명(중복제외 43명), 고문조작 221명(중복제외 129명), 간첩조작 92명(중복제외 65명), 언론탄압 25명(중복제외 10명), 문민정부 이후 40명(중복제외 31명)이었다.

▲ 역대 정권 시기별 반헌법행위 대상자 수.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 역대 정권 시기별 반헌법행위 대상자 수.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정권별로는 이승만 정권 170명(중복제외 112명), 박정희 정권 209명(중복제외 119명), 전두환 정권 171명(중복제외 117명), 노태우 정권 28명(중복제외 18명), 김영삼 정권 7명(중복제외 5명), 김대중 정권 1명, 이명박 정권 16명(중복제외 15명), 박근혜 정권 26명(중복제외 18명)이다.

박정희 10개 사건에서 반헌법행위 저질러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사건에서 반헌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사건에서 반헌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열전편찬위 제공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군사쿠데타, 유신, 긴급조치, 민청학련 사건 등 모두 10건의 사건에서 집중검토 대상자로 이름을 올려 가장 많이 언급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은 각각 9건의 사건에 이름을 올려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신직수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당시 법무부 법제과장과 함께 유신헌법을 만드는데 주요역할을 맡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해산, 제주 4·3, 여순진압 학살, 보도연맹 학살, 3·15 부정선거 등 8건의 사건에서 반헌법행위를 한 것으로 열전편찬위는 판단했다. 열전편찬위는 “1948년 7월17일 이승만 제헌국회의장이 발표한 제헌헌법 골격은 공화주의 정신을 바탕에 둬 독재를 반대하고 인민주권을 강조하며 공동의 책임정치를 추구하지만 이승만은 헌법적 가치가 아닌 반공이라는 초헌법적 이념에서 국가정통성의 근거를 찾았다”며 그를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열전편찬위는 이후락 전 중정부장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7건의 사건에서, 대통령을 했던 전두환은 6건의 사건에서 반헌법행위를 한 것으로 봤다.

▲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수록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집중검토 대상자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포함돼 있다. 사진=노컷뉴스
▲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수록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집중검토 대상자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포함돼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만열 열전편찬위 상임대표(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대다수 국민을 경악케 한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헌법 행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이 사회를 주물러온데 있다”며 “헌법을 유린한 자는 적어도 역사의 법정을 통해 반드시 단죄한다는 점을 못 박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신인령 열전편찬위 상임대표(이대 명예교수)는 “오늘 발표되는 400여명은 70년 헌정사와 우여곡절 한국현대사에 비춰보면 극히 적은 숫자”라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비롯해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반헌법사건의 행적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열전편찬이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보호하고 국민 모두가 준수해야 할 헌법가치가 생활속에 굳건히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열전편찬위는 “아직 명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이의신청과 반대자료 제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헌법학자·정치학자·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신중한 심사를 거쳐 수록대상자를 확정할 것”이라며 “선정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도 수차례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10월 출범한 열전편찬위에는 이해동 평화박물관 이사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열전편찬위는 16일 현재 6200여명의 시민후원을 바탕으로 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원계좌 : 국민은행 006001-04-208023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