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VS 태극기’ 보도 어떻게 보셨어요? 지난 2월11일 정월 대보름 날에 두 개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한쪽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고, 다른 한쪽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밤 지상파 저녁 뉴스는 두 집회를 어떻게 다뤘을까요? 먼저 뉴스 시작 때 나오는 헤드라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검수사 연장” … “탄핵은 선동 탓”>(KBS), <탄핵 찬반 집회-“탄핵 빨리” … “탄핵 기각”>(MBC), <정치권도 가세-여야 집회 참여해 세 대결>(MBC), <‘촛불 VS 태극기’ … 탄핵 찬반 세 대결>(SBS)

갈등 양상만 부각하는 지상파의 집회 보도

지상파 3사 저녁 뉴스 헤드라인의 공통점은 ‘촛불 vs 태극기’라는 대립항을 형성해 “특검 연장 및 조기 탄핵”과 “탄핵 기각, 특검 해체”을 갈등 양상을 보여주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따라오는 보도는 헤드라인의 내용을 풀어줄 뿐입니다. 탄핵 정국이라는 사안의 중대함, 각 집회에서 나온 주장들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보도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관계 및 합리성 등을 따지기보다는 ‘균형’이란 이유로 각 주장을 나열하기만 했습니다.

▲ 2월11일 SBS 8뉴스
▲ 2월11일 SBS 8뉴스
보도의 흐름과 구성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습니다. KBS‧MBC‧SBS는 조기 탄핵 집회⟶탄핵 반대 집회⟶정치권의 집회 참여 순으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KBS, MBC는 각 흐름마다 한 꼭지를 할애했고 SBS는 2꼭지씩 보도를 냈죠. SBS는 후반부에 ‘집회 상황’을 다시 한 번 짚기도 했고 다음날(12일) 집회 내용을 정리하면서 탄학 반대 집회 관련 문제제기를 해 KBS‧MBC와 차이를 보이기는 했습니다.

○ KBS 뉴스9(2월11일) : <“특검연장 대통령 대면조사”> → <“탄핵기각 특검 해체”> → <여야 장외 공방 … “탄핵 기각” “조속 인용”>

○ MBC뉴스데스크(2월11일) : <“조기 탄핵” … 이 시각 광화문> → <“탄핵 기각” … 태극기 집회> → <정치권도 가세 … 장외 세 대결>

○ SBS 8뉴스(2월11일) : <두 개의 광장 … 탄핵 찬반 격돌>, <“탄핵 심판 지연전술에 분노”> → <성조기까지 들고 “탄핵은 사기극”>, <‘태극기’ 시위대 … 그들은 누구인가> → <여야 의원들도 대거 광장으로>, <장외서 헌재 압박 왜?> → <이 시각 촛불 집회 행진>

○ SBS 8뉴스(2월12일) <올 최대 ‘촛불’ … “탄핵 반대”도 세 불려> <서울광장 옆 도서관 토요일마다 ‘수난’>

공정성은 ‘산술적 균형’이 아닌 ‘정의의 추구’가 잣대

지난 2015년 3월 KBS에서 발표한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제작자는 갈등적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정성을 다시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공정성은 비례적이거나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의를 추구하는 윤리적 자세로 접근할 때 확보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맹종이나 맹목적인 비판에 대해 주의한다.

방송사들은 두 집회를 보도하면서 외견상으로 산술적 균형을 맞췄을 뿐, 집회의 본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SBS가 12일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민폐 사례’를 언급해 조금 더 실체를 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BS의 11일 보도 <‘태극기’ 시위대 … 그들은 누구인가>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구성이 주로 고령층이고 그들이 촛불 집회를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내기도 했습니다. KBS와 MBC는 이런 분석 없이 ‘자유주의를 수호하자는 뜻이라며 성조기를 들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KBS)하거나 ‘가족과 젊은 세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MBC)라고 전했습니다.

▲ 2월11일 MBC 뉴스데스크
▲ 2월11일 MBC 뉴스데스크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온 극단적이고 사실과 어긋나는 발언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는 점에서는 지상파 3사 모두 별 차이가 없습니다. “탄핵은 처음부터 불법적”, “처음부터 조작되고 계획됐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KBS), “야당 입맛대로 조사할 수 있는 야당 특검”, “죄가 밝혀지지도 않은 탄핵”(MBC), “좌익 종북 세력들과 맞서고”(SBS) 등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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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보도, ‘탄핵 찬반’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벌써 15차례나 집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보도도 나왔지만 이런 보도 양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단순히 이쪽에서 이런 집회를 하고 저쪽에서 저런 집회한다는 식으로 ‘대결 구도’만 보도하는 겁니다. 모 방송사 저녁 뉴스가 만들어낸 유행어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합니다. 11일 집회에서 지상파 3사가 놓친 그 한 걸음은 탄핵 반대 집회에 제기되고 있는 관제데모 의혹과 가짜뉴스입니다. 지상파가 놓친 그 한 걸음을 종편인 JTBC가 내딛었습니다. JTBC는 집회 전날인 10일 4건의 보도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자유총연맹이 정부지원금을 받는 법정단체로서 집회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그간 청와대의 압력으로 관제데모를 해왔다는 내부 고발을 전했습니다. “왜 거리에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단순히 ‘탄핵 찬반’으로만 풀어낸 지상파와는 대조적입니다.

집회가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민심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더 살펴보는 보도가 나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집회 안의 다양한 요구들. 즉 사드 배치, 세월호 진상규명, 언론장악 방지법, 재벌 적폐 청산 등 ‘시민과 유권자의 의제’도 짚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공정성과 저널리즘의 잣대입니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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