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UHD 본방송 시점을 3개월 연기했다. 지상파가 버티자 이례적으로 행정을 ‘번복’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월 예정됐던 지상파 UHD 수도권 본방송을 2월에서 5월31일로 연기했다. 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하고 IP기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차세대 방송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가 △주요기술 표준지정 △장비발주 △송수신 안정성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현재 상태로는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한 결과 방통위가 유예기간을 준 것이다.

▲ 'KOBA 2016' SBS 전시부스. 사진=금준경 기자.
▲ 'KOBA 2016' SBS 전시부스. 사진=금준경 기자.

고삼석 상임위원은 “UHD 방송 허가증을 교부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시점에서 본방송 연기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방통위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근본적인 책임은 허가증을 받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한 지상파3사에 있다”면서 “허가심사를 받을 때 지상파는 방송 지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허가증 교부 후 불과 한달 만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연기요청을 했다. 한달 뒤도 예측 못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방통위에 출석한 지상파3사 관계자(KBS 김대회 전략기획실장, MBC 김성근 방송인프라본부장, SBS 신경렬 정책실장)들은 5월31일 본방송 도입을 해야 한다는 요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상파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정말 이번에는 할 수 있는 것이죠?” “믿을 수 있는 것이죠?” 라고 수차례 되물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그 무렵에 가면 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할까봐 우려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점에 대해 이미 한번 양해를 구한건데, 또 그러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700MHz 주파수 할당을 두고 다툴 때는 당장 UHD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더니, (허가를 내준) 지금은 당장 UHD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한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UHD는 정부가 강제한 게 아니라 지상파의 요구로 도입한 것이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지상파가 지금 장비구입을 주저하는 건 몇 년 더 기다리면 더 좋은 성능에 싼 가격의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세계최초 지상파UHD는 거저 나오는 게 아니다. 강한 의지를 갖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5월말 지상파 UHD 본방송이 나와도 지상파 UHD 수신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UHD를 보려면 지상파를 안테나로 직접수신해야 하는데 직접수신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UHD TV를 구입하기 힘든 저소득층 위주다. 당장 시중에 판매되는 UHD TV(유럽식)를 구매해도 UHD방송(미국식)을 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정부나 지상파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전국 광역시 권역에서 지상파 UHD 중계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제대로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 2014년 12월 17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014년 12월 17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그러나 방통위는 UHD 수신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는커녕 조사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낙준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UHD 관련 추산은 방송전파가 닿는 지역의 커버리지에 대해서만 한다”면서 “구체적인 보급 현황에 대한 추정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BS와 KBS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방송법상 EBS의 방송설비는 KBS가 맡는데, KBS는 UHD설비지원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낙준 과장은 “양쪽 입장차가 극명해 중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추후 법령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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