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성 여부가 이르면 내일 중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재판장)의 심리로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 취소 집행정지' 사건 심문이 열렸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군사상 비밀 및 공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곳은 책임자의 승낙없이 수색하지 못한다'며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한데 대해 지난 10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쟁점은 △특별검사의 원고적격이 있는지 △압수수색 불승인 행위가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불승인이 '금지 처분'인지 등이었다.

▲ 홍정석 특검 부대변인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포커스뉴스
▲ 홍정석 특검 부대변인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포커스뉴스

특검 측 변호인인 김대현 변호사는 "특검은 발부된 영장에 따라 적법하게 압수수색 권한 행사를 하게 되는데 불승인 처분을 받게 된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은 단순 간접적인 침해가 아니다. 수사권과 영장집행권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된 것"이라며 "행정처분과 동등하게 평가될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원고 적격 인정을 주장했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그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사법적 절차다. 이에 따르면 피고는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단체, 쉽게 말해 공공기관이 되고 원고는 이 공공기관의 처분에 대해 피해를 입은 국민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법률상 공백의 문제로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고소송'이라는 우회적 방법으로 소를 제기했다.

국가기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가지는 특검은 마찬가지로 국가기관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을 상대로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검이 우회로를 택한 이유는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해 제기할 수 있는데 현재 특검에 적용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특검은 '권리침해' 여부에 초점을 맞춰 국민이 행정처분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제기하는 소송인 항고소송을 택한 것이다.

특검 측은 유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원고적격을 수용한 판례(2011두1214)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경기도선관위의 '불이익처분원상회복등 요구 처분 취소 소송'에서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할 수 있으며 법에 정했거나 법체계상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필요성이 높을 때에만 기관 간 항고소송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원고 적격을 수용했다.

청와대 측은 특검의 권리 침해 주장을 부인했다. 청와대 측 변호인 강경구 변호사(법무법인 대오)는 "압수수색이 늦어진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다른 형식으로도 할 수도 있다"면서 "특검이 (압수수색을) 꼭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검사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권리의 범주를 경제적 권리로 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집행 필요성이 있는데 거부가 되면 그 중차대한 공익적 요구가 실현이 안된다"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국가의 무너진 기강을 세우거나 법치주의를 세우는 게 요원해지는 것이어서 손해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규명할 필수 증거들이 청와대 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016년 4~10월 간 최순실과 차명폰으로 통화를 했고 최순실이 도피 중이던 상황에도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다"면서 "이런걸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청와대에 있는데 이게 맞으면 국정농단을 밝히는 수사가 가능하다 이게 안되면 손해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필요한 소송임에 공감, 행정소송 요건 되느냐는 고심"

강 변호사는 특검이 제기한 소송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사건에서 일어난 일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지가 당연히 얘기돼야 할 것이다. 공권력행사라 던지 행정작용에 대한 소송이 행정소송인데, 청이 행한 것을 과연 처분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청와대. ⓒ포커스뉴스
▲ 청와대. ⓒ포커스뉴스

특검 측은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의 불승인 행위는 '금지 처분'이라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불승인처분은 영장발부에 의해 신청인의 영장집행을 정지하는 것"이라며 "법적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신청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금지 처분이므로 새로운 권력행위에 대한 집행정지 필요성 인정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검 측은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이 금지 처분이라고, 청와대 측은 거부 행사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 재판장은 "집회·시위에 적용되는 금지처분과 다르게 이것은 법률 자체가 한계를 설정한게 아니냐"고 언급했다.

금지 처분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청와대 측 대응이 금지 처분에 해당돼야 그 집행을 정지하는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거절 자체가 압수수색을 불허하겠다는 건데 그 자체가 위법하니까 정지시킨다고 한다면, 집행을 불허하는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보면 자유롭게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집행 정지가 받아들여지면) 압수수색을 승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의 불가피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신속한 판결을 낼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김 재판장은 "국민 전부가 (지금 상황에서) 쟁송수단이 없는 점이나 이같은 소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할 것"이라면서 "소송절차가 마련돼있지 않은 쟁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입법공백을 손놓고 말 것이냐, 아니면 다른 조항으로 유추하거나 해결방법을 모색해서 해석론으로 가져갈 거냐, 이런 한계 지점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 밝혔다.

'내일 12시까지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는 청와대 측 변호인의 요청에 재판부는 "오늘 내로 (관련 제출을) 제출하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 브리핑을 가지고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청와대 측 불승인에 대해서 현재 사법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치 행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 있길 기다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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