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만 입고 편의점 가기’…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2월14일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1인방송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방송인이 사용하는 패드립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1월30일 세계일보)

정부가 인터넷방송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0일 발표한 업무운영계획에서 인터넷방송에 ‘융합콘텐츠’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반을 가동해 “필요한 경우 각종 법령 및 심의규정 제·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아프리카TV를 비롯해 MCN과 팟캐스트까지 심의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인터넷 방송 법적 규제를 시사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율 규제로 해결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자사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음란물 등 불법정보를 차단하지 못하면 처벌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해외는 이미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향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위원은 “유럽연합은 인터넷 방송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사업자에 대해 ‘유사방송’ 범주에 넣고 제재를 해왔다”면서 “우리도 이 같은 개념을 도입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유사방송’ 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훈령(이하 시청각훈령)을 2007년 제정한 바 있다.

시청각훈령에 따르면 ‘유사방송’ 사업자들은 △혐오발언 △지나치게 선정적인 내용 △음주 등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 △지나친 광고에 대해 제재를 받는다. 대체로 TV방송보다는 기준이 느슨한 편이다. 유튜브 자체에 대한 규제는 없으며 주로 VOD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제재 대상이다.

▲ '융합 콘텐츠' 개념이 도입되면 우선적으로 OTT서비스를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 '융합 콘텐츠' 개념이 도입되면 우선적으로 OTT서비스를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그러나 규제를 검토하기에 앞서 해외사례를 면밀하게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유럽연합에서 훈령을 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주영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영국의 경우 유럽연합의 기준이 대체로 적용되지만 프랑스는 적용하지 않는 점이 많은 등 각국의 상황에 맞게 해석해 적용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사례만 갖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에서 훈령 작업이 5년이나 걸렸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송주영 강사는 “불과 몇 달 만에 법제화가 추진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유럽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선정적인 인터넷 콘텐츠를 ‘통신물’로 분류해 제재하고 있다.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이미 통신심의만으로도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가능한데, 사적소유물 검열이 과도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니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방통심의위로부터 썸TV가 사이트 폐쇄조치를 받은 바 있고, 아프리카TV BJ들도 방통심의위에 불려나와 진술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정치심의’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손지원 변호사는 “심의규정을 만들게 되면 이 과정에서 팟캐스트의 정치적 공정성을 문제삼는 심의가 이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나는 꼼수다’ 열풍이 한창이던 2011년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스마트폰 앱의 심의·감시업무를 추진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유럽에서 법제화를 하는 목적은 ‘심의’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영상 분야에서 ‘유럽의 단일시장’ 형성과 ‘공통의 공익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시청각훈령을 만들었고, 이 가운데 내용에 대한 기준정립 차원에서 규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 규제기관은 인터넷방송 관련 해외사업자들까지 압박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14일 인터넷방송업체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부사장, 김대권 팝콘TV 대표, 김경익 판도라TV 대표,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 규제기관은 인터넷방송 관련 해외사업자들까지 압박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14일 인터넷방송업체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부사장, 김대권 팝콘TV 대표, 김경익 판도라TV 대표,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송주영 강사는 “프랑스의 경우 (훈령의 목적이) 자국의 문화인 영상물에 대한 진흥 측면이 강하다”면서 “SVOD사업자는 매출액의 15%를 유럽작품 제작에, 12%를 프랑스 작품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으로 치면 통신3사의 모바일IPTV 매출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의 법안 발의 이후 MCN사업자들은 △표현의 자유 △역차별 등의 문제를 제시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MCN협회는 “자율규제에 앞서 정부의 규제가 들어서는 건 산업 진흥에 저해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규제부터 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규제를 ‘왜’ 도입하는지 질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강사는 지난해 방송문화 기고 글에서 OTT 규제 문제에 관해 “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가”라고 질문한 뒤 “타자에 대한 관찰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답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인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한국적 상황에 대한 분석 없이 해외사례를 신봉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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