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인터넷 방송이 TV에 들어갔다. 대도서관의 게임방송과 밴쯔의 먹방을 TV에서 라이브로 만날 수 있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월 조회수가 10억을 넘길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MCN업체 CJE&M의 다이아TV는 지난달 1일부터 MCN전용채널 다이아TV를 론칭했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이끌던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이 TV에 들어간다는 건 이례적인 행보다. ‘발전’이라는 평가와 ‘역행’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MPN(Multi Platform Network, 멀티플랫폼 네트워크)을 추구하는 사업자”라며 “TV방송을 잘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TV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방송 부정적 이미지, TV로 씻어낼 수 있다”

“우리가 잘해서 결과가 잘 나오면 우리 판단이 옳았다고 할 거고, 결과가 안 좋으면 ‘거 봐’라고 하실 텐데.” 황 팀장은 업계의 관심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최적화된 길을 찾는 것이다. 1000여명에 달하는 크리에이터가 있고, TV채널을 가진 MCN사업자는 우리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장. 사진=조예빈 대학생 명예기자.
▲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장. 사진=조예빈 대학생 명예기자.

TV진출의 가장 큰 효과는 ‘자정작용’이라는 게 황 팀장의 견해다. 그가 방송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라이브 방송을 해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라는 염려다. 다이아TV는 크리에이터 억섭호(안재억, 조섭, 유호)팀이 한 주간 화제였던 이슈에 대해 토크를 나누는 ‘프로입털러’,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가 초대손님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토크를 하는 ‘아이엠밴쯔’, 국내외 뷰티 신제품에 대해 리뷰를 진행하는 ‘신화사’(신비한 화장품 사전) 등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씩 라이브로 방송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아프리카TV 같은 개인 콘텐츠를 그대로 놔두면 위험한 점이 있는데, 우리를 통해 자정이 되면 이 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TV는 해외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을 정도로 선진적인 별풍선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브랜드 자체가 폄훼되는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법 테두리 안으로 오면 비속어를 못 쓰는 등 사회적인 지탄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순화되는 게 이점”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거실에서 시청해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방송’. 황 팀장이 정의하는 다이아TV다. “크리에이터를 통해 재미를 주려면 라이브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선정적인 방송을 하는 분들도 아니었고, 서로 조심하다보니 비속어나 방송사고 문제는 없었다.” 그는 다만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위축되지 않을까 고민이 들어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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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세대는 광고 안 먹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광고가 틈새”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TV를 외면하는 세대가 보는 콘텐츠를, TV에서 튼다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TV산업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황 팀장은 “TV가 쇠락한다고 말들을 하는데, 그럼에도 강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광고는 TV에 몰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격변하는 이 시기에 TV와 온라인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V에 광고를 주로 하는 기업들은 ‘주 소비층’인 30~40대를 찾는다. 그동안 CJ E&M의 콘텐츠의 타깃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다이아TV는 16~29세를 주력 시청층으로 잡고 있다. 황 팀장은 “광고수요가 그곳(연령대가 높은 시청층)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더 젊은 세대에게 지향하는 새로운 광고로 어필을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여러가지 노림수를 잘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다디아TV의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들.
▲ 다디아TV의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들.

진행 중인 ‘노림수’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와 TV채널의 ‘묶음 광고상품’을 추진하는 것이다. “뉴미디어와 레거시미디어의 접점이 있다. 온라인 광고는 효율성을 고려한다. TV광고는 효율성보다는 ‘인지도’와 ‘이슈’라는 요소를 더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둘 다 갖고 있으니 다양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없지만 규모가 큰 기업과 함께 유튜브와 방송 콘텐츠 연계광고를 추진하고 있다.”

황팀장은 광고에 자신감을 보였다. “CJE&M은 광고조직이 탄탄하다. 아직까지는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를 넣지 않고 있지만, 시작하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광고영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집단이지 않나”라는 것이다.

“‘연예인 빨’로는 승부 안 해…퍼스트 스케일러 될 것”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30초나 1분 이내에 잡는 게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탈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코드를 방송에 녹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황 팀장이 말하는 다이아TV의 콘텐츠 전략이다. 주력 프로그램 중에는 먹방 ‘아이엠밴쯔’가 가장 인기가 많다. 황 팀장은 “심플하다. 먹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회사원A의 ‘신비한화장품사전’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회사원A는 귀차니즘이 빚어낸 추천문화가 작용하고 있다. 쟤가 추천한 걸 쓰면 최소한 ‘평타’를 한다는 점이 무의식에 깔리는 거다.”

▲ 밴쯔의 먹방 '아이엠밴쯔' 화면 갈무리.
▲ 밴쯔의 먹방 '아이엠밴쯔' 화면 갈무리.

이용자 반응은 어떨까. 다이아TV는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라이브 방송 진행자와 소통을 할 수 있다. “채팅 데이터는 매일 취합해 다음날 오전에 분석하고 있다.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애매한 면이 있지만 ‘언니 예뻐요’같은 반응을 보면 기존 유튜브 팬들이 방송으로 넘어오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은 MCN을 안 보던 분이 새로 유입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물론 빅데이터로 따지면 ‘ㅋㅋㅋㅋ’가 가장 많을 거다.(웃음)”

앞으로 도전할 콘텐츠 포맷이 궁금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를 상담원 개념으로 출연시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콘텐츠를 마리텔처럼 편집을 거쳐 편성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었다. “시청자 비디오를 받아서 내보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MCN콘텐츠에 대한 랭킹쇼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아TV는 CJE&M의 ‘광고’와 ‘방송의 영향력’을 활용하면서도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황 팀장은 “우리 방송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크리에이터 자력으로 가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가장 핫한 연예인을 대거 기용한다면 그건 ‘연예인빨’이지 우리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다.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다이아TV의 목표는 아시아 영향력 1위다. “페이스북에 앞서서 싸이월드가 있었고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 중요한 건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누가 냈느냐도 아니다. 누가 먼저 몸집을 키워서 가장 큰 영향력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우리는 인력과 자본의 규모를 가장 빨리 키워 아시아 1위가 될 거다. 이 과정에서 TV는 효과적인 플랫폼이 될 거다.” MCN업계에서 ‘퍼스트 스케일러’가 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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