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터무니 없는 ‘가짜 뉴스’를 내보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문과 방송 등 기성 언론이 ‘가짜 뉴스’의 주된 생산자”(베페 그릴로 이탈리아 야당 대표)

미국 대선 이후 ‘가짜 뉴스’에 대한 논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루머‧소문부터 인터넷 상에서 퍼지는 지라시‧ 메시지, 기성언론의 오보‧과장 보도까지 포함해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이 혼용될 경우 ‘내 마음에 안들면 가짜뉴스’라는 식의 비난도 가능해진다.

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Fake news(가짜 뉴스)개념과 대응 방안’토론회에서는 △현재 혼용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개념이 좁혀져야 한다 △가짜 뉴스를 제재할 장치는 기존에 있는 형법(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으로 가능하다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토대를 바꾸기 위해서 언론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Fake news(가짜 뉴스)개념과 대응 방안'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Fake news(가짜 뉴스)개념과 대응 방안'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내 마음에 안 들면 ‘가짜뉴스’? 개념 정립이 먼저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가짜뉴스가 △오보 △패러디 △루머 △풍자적 페이크 뉴스 등과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가짜 뉴스’의 개념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가짜뉴스를 ‘오락적 기능보다는 허위정보를 전달해 수용자가 현실을 오인하게 만들면서 경제·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기만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정의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연구위원 역시 가짜뉴스 개념의 범위를 ‘허위사실을 고의 또는 의도적으로 기사형식을 빌어 유포한 것’으로 좁혀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지라시’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유통되는 글을 가짜뉴스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란 작성자가 기사 형식을 빌려 독자가 기사로 오인해 신뢰도를 높이려 하는 의도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열광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진실된 과장’이라는 인용구를 써 과장된 언사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실업률 수치를 부풀리거나 난민의 숫자를 부풀려 주목을 획득하고, 지지자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왜 독자들은 가짜뉴스에 흥미를 보일까.

독자들이 가짜뉴스 클릭하는 이유는 ‘지각 편향’ 때문이다. 황용석 교수는 “뉴스를 소비할 때 사람이 지니는 주목의 양은 한정적인데 비해 정보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보여주는 뉴스를 선택할 경우가 많다”라며 “자신의 정치성향과 유사한 매체를 이용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짜뉴스를 클릭하는 이유로 ‘낮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과 ‘자기 중심적 관계망 효과’가 꼽혔다. 대부분의 가짜뉴스는 조금만 검색해도 금방 사실여부를 알 수 있는데, 한두번의 클릭으로 가짜뉴스를 쉽게 믿는 것은 리터러시 수준이 낮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대해 황 교수는 “온라인 정보를 평가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디지털 시민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 중심적 관계망 효과’는 유사한 관심과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의 네트워크나 SNS상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게시물, 뉴스만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뉴스가 사후에 가짜로 판별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SNS에서는 볼 수 없다.

황 교수는 “계속해서 가짜뉴스에 노출되다보면 허위정보와 극단 정보로 인해 정치적 냉소주의가 퍼지고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에서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에서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가짜뉴스를 제재해야 할까?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나면서 가짜뉴스를 제재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짜뉴스를 위해 새로운 제재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제재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논의가 모아졌다. 현재 존재하는 형법과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 등으로 충분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에 의한 보도일 경우 형법 제309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를 입은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제재가 가능하다.

박아란 연구위원은 “가짜 뉴스의 작성자는 해당 뉴스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기사 형식으로 온라인에 퍼뜨린 것이기 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된다”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는 실정법으로 해결가능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에 대해 제재 논의가 아니라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토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필모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규제나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가짜뉴스라는 범주에 드는 잘못된 정보들이 생기는 토양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가짜뉴스를 부추기거나 매개하는 언론들의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한 뒤 “이용자들의 미디어 해독 능력을 함양하고 국가기관이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현 한겨레신문 편집국 부국장은 “프랑스의 경우 리베라시옹 등 비롯한 프랑스 언론사들과 구글 뉴스랩이 협력해 ‘크로스 체크’라는 팩트체크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한국의 경우에도 언론사나 언론기구가 협력해 팩트체크 공동 프로젝트 등을 시작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