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노동자가 수면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련 sub 1팀 직원 이아무개씨(50)는 지난 12일 새벽 1시42분 경 대전시 대덕구 덕암동 모처 식당에서 지인들에 의해 숨이 멎은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이씨를 심정지 상태로 인지하고 CPR 조치를 하며 인근 을지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씨는 이송 후 사망판정을 받았다.

▲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 모습. 뿌연 고무 흄이 천장을 메우고 있다. 사진=장그래 대전충북지역노조.
▲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 모습. 뿌연 고무 흄이 천장을 메우고 있다. 사진=장그래 대전충북지역노조.

이씨의 다수 동료 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11일 오전 6시 오전 근무에 배치된 이씨는 오후 2시경 근무를 마친 후 지인들과 덕암동 인근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동료직원 A씨는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망 당시 함께 있었던 이씨의 지인이 '신탄진 중앙중학교 근처에서 술을 취할 정도로 먹고 식당에서 잠이 들었는데 평소 코를 심하게 고는 이씨가 코를 골지 않더라. 이상하게 생각해 확인하니 숨이 멎은 상태여서 바로 신고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정규직원으로 23년 가량 근속한 이씨는 천연·합성고무, 철, 보강재 등 원·부재료에 여러 약품을 투입해 배합고무를 생산하는 정련공정의 설비 가동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원료를 고열로 혼합하는 정련공정에서는 고무흄, 다핵방향족탄화수소(발암물질) 등 증기와 미세분진이 발생하고 부타디엔, 스티렌과 같은 잔유물도 남는다. 정련공정의 재료인 카본블랙을 비롯해 고무흄, 미세분진, 다핵방향적탄화수소 등은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돌연사로 추정된 이씨의 사인은 13일 부검 절차를 거친 후, 오는 14일에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내 산재 사망 사고는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다.

한국타이어는 2006~2007년 사이 한 해 동안 노동자 15명이 돌연사, 암 질환 등으로 사망해 ‘집단 산재 사망’ 논란이 일었던 곳으로 이후 대대적인 역학조사 및 관리감독이 진행된 곳이다.

김종훈 의원실(무소속)이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최소 36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사망자수 93명을 더하면 지난 20여 년간 139명이 산재로 사망한 것이다. 기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 건수를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139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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