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새 신문지만 보내드립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종이신문이 온라인쇼핑몰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묶음 당 80여부. 무게는 10~13kg이며 가격은 7000원 수준이다. 판매업체가 설명하는 종이신문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단열, 뽁뽁이, 포장, 애견동물(새·병아리·고양이), 유리창 청소, 과일 보관까지. 사용후기에는 “깨끗한 신문지로 잘 왔다”, “배송이 빠르고 양도 엄청나다”는 호평이 눈에 띄었다. 이 신문들은 어디서 왔을까.
또 다른 중앙일간지 신문지국장은 “한 번도 펼쳐본 적 없는 양질의 파지는 가격이 다르다”고 전했다. 신문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1kg당 파지가격은 110원대였지만 현재는 150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질 좋은 깨끗한 신문지는 180원대에서도 거래되며, 파지업체 중에는 10kg당 2000원을 쳐주는 곳도 있다. 지국장들 입장에선 파지가격이라도 높게 받아야 신문대금(지대)을 메울 수 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신문지가 파지묶음으로 거래되는 현실은 종이신문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새 신문지 판매업체는 “신문지가 물기를 빨아들여 야채나 과일이 자유자제로 숨을 쉴 수 있다”며 신선보관 용도를 홍보하는가 하면 “물먹는 하마 대역으로 습기를 빨아들여 곰팡이를 방지해준다”, “신문지의 잉크기름 때문에 유리창 때가 잘 지워진다”며 각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일간지의 발행부수는 조선·중앙·동아일보를 합친 것만 340만부(ABC협회 2016년 말 발표 기준)가 넘는다. 반면 유료부수는 270만부 수준이다. 약 70만부는 ‘공짜신문’이란 얘기다. 이 신문들이 독자들에 의해 펼쳐지지 않고 그대로 파지업계로 직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