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0일 나의 날개가 부러졌다. 나의 미래이자 꿈이었던 개성공단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통일이라는 꿈은 개성공단 몇 개만 있으면 통일이 된다는 말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들어가 일을 하고 통일의 초석이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이런 다짐을 한 후 나의 꿈을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힘을 쏟아 부었던 시절은 ‘대학생’때 였다. 내가 바라던 통일리더가 되기 위해 나는 무던히 애를 썼다. 나의 리더쉽을 기르기 위해 학생회에 들어가 동기, 선·후배들과 열정적으로 술을 마셨고 통일과 우리사회와 관련된 대외활동들을 통해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꿔보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활동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학과공부 또한 열심히 하여 학과수석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나의 성과들은 때론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 내가 했던 활동들은 빨간 색깔론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간혹 회의감에 휩싸여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든지 해내는 나를 놀라워했고 ‘너는 정말 취직은 걱정없겠다!’라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어쩌면 ‘분단’이라는 것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의 사람들에게 큰 아픔이지만 분단을 해소하기 위한 통일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는 개인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원동력’이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나의 노력은 흔히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대기업, 공무원의 취업문턱을 넘기 위한 것이 아닌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들어가서 통일을 위한 일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결국 중단되었다.

현재 청년실업률 9.4%, 고용률 42% 심각하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없는 나의 미래의 실업률 100%, 고용률 0%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단순히 개성공단의 중단은 숫자에 불과한 실업률과 고용률 뿐만이 아닌 나의 꿈이라는 목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일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이 중단되었다는 발표를 들은 후 나는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통일의 꿈을 꿔봤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것을 정부가 모를 리가 없을 터, 나는 우리나라가 통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통일이라는 꿈 때문에 나는 북한대학원대학교까지 입학하게 되었다. 합격발표가 나고 등록금을 이미 낸 상태에서 불과 한달 후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맘껏 먹지도, 놀지도 않고 돈을 모아 대학원등록금을 마련해서 입학을 했는데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들어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기대감을 가진 채 입학을 했다. 이런 기대감속에 입학 후 나는 이미 남북한과 관련된 업을 삼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대북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시는 분, 대북사업을 하셨던 분, 통일부에서 일하시는 분, 그 외 다양한 일터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셨던 말은 ‘개성공단이 중단된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였다. 그 분들이야 그래도 직장이 있는 마당에 고민을 하셨지만 사실 아직 직장도 없고 전업학생이었던 나로써는 그런 말들을 들으니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 좌절감이 과연 나만의 고민이었을 까?

지난년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1명을 모집하던 직원 공고에서 400명이 모였다고 한다. 대기업도 철밥통도 아니었던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400:1일이라니 이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 모든 사람들은 어쩌면 나처럼 통일을 꿈꾸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인생의 기회를 잡기 위해 그곳에 모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기성세대는 400명의 미래의 기회를 빼앗아 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개성공단을 더 이상은 정치의 문제, 국가의 문제, 남북한 간의 체제갈등적인 상황으로써의 수단이 아닌 단지 ‘삶의 터’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냥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중에 하나’라고 말이다. 한창 개성공단 취직을 꿈꾸던 시절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는 한 직장인을 만나 물은 적이 있다. ‘개성공단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개성공단을 통해 정말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남북한이 정말 서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가나요?’ 이러한 기대에 찬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분은 그저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북쪽으로 가는 것 뿐이다. 개성공단에 대해 뭔가 심오하게 생각하고 통일에 대해서 너무 거대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통일이 그저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북쪽으로 가서, 개성공단으로 가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보다 통일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인간으로써 먹고 살기 위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북쪽으로, 개성공단으로 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통일을 이루는 것이 아닌 어쩌면 그냥 개성공단에 가서 일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통일이라는 것이다. 바로 ‘생활의 통일’이다.

개성공단은 화해의 접촉지대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먹고 일하며 서로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또한 개성공단은 통일 네트워크다. 개성공단의 사람들뿐만이 아닌 그들의 가족·고향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제품들을 사는 고객과 그 가족들을 하나로 이어 준다. 개성공단은 청년들의 미래의 기회다. 청년들에게 힘내라는 말이 아닌 진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개성공단을 재가동 시키는 것이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남북간의 교류에 대한 ‘상’(像)은 북한의 핵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인해 어떻게 바뀔 것이다라는 구체적인 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개성공단을 지속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개성공단을 다시 재가동한다면 개성공단에 대한 정확한 ‘상’을 그리고 이를 활용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나는 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에게 ‘베스트 커플상’을 주고 싶다. 베스트커플의 수상자는 바로 남한의 대기업의 장벽에 갇혀 성장의 발동을 이어나갈 중소기업과 북한의 노동자뿐만이 아닌 더 나아가 북한의 기업 및 연구센터이다. 즉, 이들의 수상이유는 이를 통해 새로운 ‘뉴커플’=남북기업클러스트를 형성하고 더불어 남북한청년들에게 미래의 ‘기회의 터’를 제공할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최후의 통첩을 나는 피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같이 분단의 아픔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다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만 무성하지만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언젠가 다시 재개될 개성공단이 가져올 새로운 상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나에게 ‘삶의 터’에서 더 나아가 ‘기회의 터’를 제공할 개성공단을 계속 그리워 할 것이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이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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