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봉변을 당하고 있다.

11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 중구 중앙일보 건물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취재하던 김아무개 CBS 기자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이 휘두른 태극기 봉에 얼굴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다.

CBS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기자는 이날 휴대폰으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 모습을 촬영 중이었는데 탄기국 회원 한 명이 다가와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욕설을 했다. 이어 다른 집회 참가자 여러 명이 합세해 주먹과 태극기 봉으로 김 기자를 때리기 시작했고 경찰이 와서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폭행은 이어졌다.

현재 김 기자는 병원 치료를 받은 후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CBS 측은 폭행을 가한 탄기국 회원에 대해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12일 뉴스타파 “‘시간 끌기’에 성난 촛불…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뉴스타파 기자 폭행” 보도 영상 갈무리.
▲ 12일 뉴스타파 “‘시간 끌기’에 성난 촛불…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뉴스타파 기자 폭행” 보도 영상 갈무리.
박재홍 CBS 아나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분명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할 수 있고, 당연히 집회도 열 수 있으며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왜 자랑스러운 우리 태극기가 기자를 폭행하는 도구로 사용돼야 하는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탄핵 심판이 지연될수록 국론분열과 그 상처는 더욱 커질 것 같다”며 “절차적 공정성 위에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지적대로 엄정하고 조속한 선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날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도 신아무개 뉴스타파 카메라 기자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

신 기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촬영을 하지 않고 카메라를 밑으로 들고 탄핵 반대 집회 행진을 따라가고만 있었는데 집회 참가자가 카메라에 붙어있는 노란 리본을 보더니 시비를 걸었다”며 “혼자 있어서 그때부터 촬영을 했는데 다른 참가자가 뉴스타파 로고를 보고 소리치자 완전히 둘러싸여 밀고 잡아당기며 발로 차고 등도 때렸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집회 참가자들은 신 기자에게 어디서 왔는지 소속을 물으면서 카메라에 붙은 노란 리본을 확인하자 “물러가라”고 쫓아냈다. 경찰이 제지하는데도 거친 욕설은 계속됐다.

신 기자는 다행히 집회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인 장소가 의경들이 지키는 쪽이어서 크게 다치기 전에 이들과 격리될 수 있었다. (▼아래는 해당 뉴스타파 보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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