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은 ‘문자 해고’가 논란이다. 해고 사유가 석연찮은 데다 비정규직 근로조건을 악용한 '손 쉬운 해고'가 공공부문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차장 정산 업무를 해 온 송아무개씨(60·남성)는 지난달 31일 저녁 용역업체 소장으로부터 ‘해고’ 문자를 받았다. 용역업체 계약이 갱신되는 2월1일을 하루 앞두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문자 내용은 “근무평가일지를 검토한 결과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며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한 장 짜리 공문 사진이 전부였다.

▲ 지난 1월31일 송아무개씨가 업체 소장으로부터 받은 고용 계약 승계 배제 통보 문자 캡쳐.
▲ 지난 1월31일 송아무개씨가 업체 소장으로부터 받은 고용 계약 승계 배제 통보 문자 캡쳐.

3년 9개월여간 과기대에서 일한 송씨는 지난 세 차례 계약 갱신 때마다 문제없이 고용이 승계됐다. 10년 간 같은 일을 해온 지아무개씨(55·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지씨는 송씨와 함께 해고 문자를 받았다. 지씨도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10년 동안 별 탈 없이 고용 승계가 보장됐다. 이런 이들이 사전에 어떤 통보나 징계 등의 절차도 없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고용 승계 배제 사유는 추상적이다. 이들은 문자 통보를 받는 날까지 사측 및 관리자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고 ‘해고’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부당해고’ 문제제기를 하고 난 후인 지난 7일 에서야 사측으로부터 ‘업무 일지에 결격 사유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과기대 측은 이들이 작성한 과거 경위서 등 문서를 업체 측 근거자료라고 제시했다.

송씨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유가 뭐냐’는 항의 문의에 업체 측 및 학교 측 모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는 2월부터 주차정산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덕산 측 관계자는 “지정된 근무를 하지 않는 등의 사유가 다수 발견됐다”면서 ‘송씨 등에게 전자우편으로 근거 일지를 주겠다 해놓고 왜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들이 기자회견 등을 하는 걸 보고 의도적으로 이용될까 (결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송씨는 자신의 결격 사유는 자신이 관리자에게 ‘찍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송씨와 지씨는 관리자의 부당 지시에 적극적으로 항의해 왔다는 점에서다. 주차관리 노동자 12명 중 7명은 2016년 3월 초 서울일반노조에 가입했고 현재는 5명이 남아있다.

송씨는 “당시 소장이 ‘나이 많은 사람 자른다’, ‘내 말 안 듣는 사람 자른다’, ‘질병있는 사람 자른다’ 이렇게 자꾸 말해 직원들이 듣기 싫어했다”면서 “소장의 말, 횡포때문에 (노조가) 시작됐다. 이런 문제 대비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해당 소장이 근무형태를 마음대로 바꾸는 데 대해 송씨는 “‘그럴(그렇게 바꿀) 필요가 없다’, ‘부당한 지시’라며 곧잘 항의를 했다”면서 “그 말을 듣지 않았을 때 질책을 받았는데 그게 (해고) 빌미가 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위서에 대해서도 송씨는 “주차정산 노동자들은 작은 실수를 저질러도 경위서를 썼다”면서 “기계가 오작동할 경우에도 우리가 경위서를 내고 (시스템) 로그인을 잘못하는 등 작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쓴 경위서를 모아서 결격 사유라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일반적인 정규 직원의 해고 절차엔 해당 직원이 해명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송씨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된 후에야 ‘항의할 기회’만 가진 셈이다.

▲ 송씨와 지씨는 지난 8일 오후 서울과학기술대 학교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해고 통보 사과하고 살인적인 부당해고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 송씨와 지씨는 지난 8일 오후 서울과학기술대 학교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해고 통보 사과하고 살인적인 부당해고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일련의 상황은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위탁업체(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해고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고용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춘 고용 승계 배제는 법적으로 해고 다툼을 벌이기 힘든 점을 이용, 인사권한을 가진 측이 고용 승계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여지가 크다. 정규직원은 해고 시 사측은 징계 절차, 소명 기회 부여 등을 보장받지만 계약직 비정규직 직원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송씨 또한 서울과기대로부터 주차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 노동자다. 서울과기대는 1년 단위로 위탁 계약을 체결·갱신해왔다. 송씨와 지씨는 위탁업체가 2016년 특수임무유공자회에서 2017년 덕산으로 바뀌며 고용 승계에서 배제됐다.

문제는 서울과기대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법인인 점에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용역근로자의 노동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나 공공부문에 한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적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왔다. 지침은 “계약과정을 개선하고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등을 강화함으로써 용역근로자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에 적용”된다.

고용노동부가 권고하는 ‘용역 표준계약서’엔 용역업체는 “소속 근로자의 처우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여야 하며 무단해고 또는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사원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업체 측은 재계약 고려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덕산 측 관계자는 지난 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결격사유에 따라 고용 승계가 안된 것이다. 문제가 없다”면서 “학교 측이 (송씨·지씨에게) 결격 사유 행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약속을 하라는 등 중재를 했으나 노조 측이 거부했다. 입장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공공부문 용역 표준계약서 예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2015년 1월 합동으로 작성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설명자료' 중.
▲ 공공부문 용역 표준계약서 예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2015년 1월 합동으로 작성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설명자료' 중.

송씨와 지씨는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와 함께 지난 8일 오후 서울과학기술대 학교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해고 통보 사과하고 살인적인 부당해고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자 해고 통보’에 대해서도 “해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 해고는 무효”라며 “아무리 큰 잘못을 한 노동자라고 해도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문자나 구두로 통보를 하게 되면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주차 정산·관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등 주·야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된다. 야간 근무는 남성 노동자 6명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송씨는 고된 야근이 자주 돌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야간 근무를 2일 연이어 해 한 달에 2~3번 총 4~5일 야근 근무를 한다고 밝혔다. 야간 수당을 합쳐 이들이 받는 한 달 월급은 15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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