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철도역사에 설치된 승강장 안전문(이하 스크린도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및 고장을 줄이기 위해 관제 센터 중심의 2중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를 시범 도입하는 등 스크린도어 안전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구의역과 김포공항역 등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포함해 2013년 이후 스크린도어로 인한 사망 사고는 7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717개 철도역사에서 최근 4년간 발생한 고장건수는 총 7만4238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언론을 통해 2017년까지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를 전국적으로 설치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현재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 시스템이 실패한 정책임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지하철 역사 내에는 스크린도어에 대한 안전 관리자가 상주해 있지 않아 고장을 즉시 해결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비노동자들은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기 위해 수많은 역사를 돌며 근무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 유지와 보수 업무를 인력충원 없이 신호 시설 정비노동자에 겸업시키는 등의 무리한 형태로 업무를 진행하게 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의 사망요인 중 하나로 이 같은 근무 형태가 꼽혔다.

국토부는 철도관제센터에 설치된 모니터에 스크린도어 고장 알람 표출이 가능한 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안전 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크린도어 관련 전문가를 신규 채용하고 배치하는 방안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의문이 제기된다. 각 역사에 근무하는 기존 역무원 내에서 스크린도어 업무에 책임을 지는 안전 관리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방안이다. 스크린도어 오작동이나 고장을 직접 담당하는 인원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책임자만 기존 인력에서 뽑겠다는 것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이번 안전대책의 핵심인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 도입이다. 기존의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도어의 위치가 고정돼 있어 단일열차가 운행되는 역에만 설치가 가능했다. ITX새마을호, ITX청춘 등 여러 종류의 열차가 운행되는 일반철도 역사에는 열차의 높이, 길이, 출입문 위치, 정차 위치 등이 제각기 달라 도어 위치가 고정돼 있는 좌우 개폐형 스크린 도어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조절설치가 자유로워 기존 도어의 한계를 해결했다.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미닫이 개념의 유리벽이 작동되었던 것에 반해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로프 개념의 유리벽이 단계별로 오르내리면서 작동하게 된다.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처럼 기둥 자체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유리벽의 움직임만을 놓고 봤을 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라인드형 커튼의 원리를 상상해보면 이해가 쉽다.

화재나 비상 시 탈출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비상문을 밀어내고 탈출하던 방식과 달리 로프 방식의 유리벽에 30cm 간격으로 설계돼있는 줄을 조작해 장력이 조절되면 벌어진 틈 사이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감지 센서도 프로그래밍화 되어 있어 어려움 없이 탈출 가능하다.

▲ 대구 문양역에 설치돼 있는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 사진=YTN 뉴스화면.
▲ 대구 문양역에 설치돼 있는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 사진=YTN 뉴스화면.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논산역에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논산역은 여러 종류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어 신뢰성과 안정성 검증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는 이미 2013년부터 대구 문양역에 설치해 운영되고 있다. 기존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와 비교했을 때 오작동률도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가나가와현 쯔키미노역에도 같은 모델의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는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홍보가 없고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시민에 혼란을 주고 있다. 네티즌들은 “발에 걸려 넘어지면 어떡하냐”(csi2****), “머리 찍히고 다리 걸리고 작은 사고들이 늘어날 것”(blue****) 같은 반응을 보였다. 로프 개념의 유리벽이 단계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도어가 올라온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오작동 발생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을 염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단두대냐”(tale****), “스크린도어 오작동해서 사람 머리 치면 어쩔라고...”(dpth****) 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 도입 시에도 오작동의 문제가 제기됐고 실제 사고로 이어졌는데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도 오작동 사고로부터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상하 개폐형 도입의 안전성만 강조하면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크린도어의 기술적 문제가 아닌 인력 배치에 힘을 써야할 때라는 지적이다. 기술적 문제만 해결하면 마치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로는 불신이 쌓인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상하 개폐랑 사고랑 도대체 무슨 상관”(dood****), “거의 좌우 개폐형 스크린도어로 설치된 마당에 철거하고 재설치하면 세금만 쓰는 꼴”(hyse****)이라며 이번 국토부의 안전대책을 꼬집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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