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 재직 당시 최순실씨와 수차례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을 특검이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 전 수석에겐 뇌물죄, 위증죄 등이 추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는 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석에 임명되기 전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여러 차례 함께 골프를 쳤다는 관련자 진술을 특검이 확보했다"면서 "특검은 최근 프로골퍼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골프를 친 곳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운영하는 기흥CC(컨트리클럽)로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골프 회동에선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와 프로골퍼 A씨도 함께" 했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6년 12월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6년 12월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뉴스타파가 특검 등을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에 따르면 프로골퍼 A씨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순실 씨와 골프를 친 사실이 있다. 여러번 골프 회동을 가졌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도 함께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중이었다. (같이 골프를 치고) 얼마 후 민정수석이 됐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면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는 국회 청문회 당시 허위진술을 한 것이 성립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22일 국회 청문회에서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장모 김장자씨와 최씨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도 부인해왔다.

최순실씨는 지난해 12월26일 서울구치소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과 그의 장모 김장자씨를 모두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이 골프 회동 시점을 전후로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것과 관련해 인사 청탁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경우, 우 전 수석에겐 뇌물죄 혐의도 추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9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한 뉴스타파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기사에 나온 프로골퍼 A씨를 비롯해 기흥CC 관계자가 특검에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비공식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 측은 "기사는 취재한 결과가 맞다"며 "특검 등 관계자로부터 들은 게 맞다. 자세한 취재 경위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검, 개인비리·직권남용 총망라 수사하나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음 주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 행위를 비롯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부당해임, '정윤회 문건 사태' 수사방해 등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중이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가족회사 명의의 미술품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노컷뉴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가족회사 명의의 미술품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노컷뉴스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는 △아들 군복무 보직 특혜 의혹 △가족 명의 회사 재산 축소 신고 △처가-넥슨 간 부동산 거래 뇌물 의혹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인사검증 부실 등이 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소유한 이우환 화백의 고가 미술품도 주목하고 있다. 정강의 2015년 재무제표에는 ‘서화 4억4160만5000원’이 자산으로 기입돼 있다. 특검은 정강이 미술품을 보유하게 된 과정에 위법성이 있는지, 당시 검찰 수사에 외압 정황은 있는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과 거래한 화랑 '학고재'의 우찬규(60) 대표는 지난 4일 특검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법은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청와대 문건 등 국가기밀 유출 △최순실 이권취득을 위한 부당 지원 및 불법 인사 조치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8가지 사건을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위 비리에 직접 관여한 행위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 부당 해임 △특검 수사 중 인지하게 된 관련 범죄 혐의 등도 수사대상으로 열려 있다.

지금까지 특정된 직권남용 혐의는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수사 개입 의혹 및 이석수 특별감찰관 활동 방해 등이다. 한일 전 서울지방경찰청 경위는 당시 민정수석실이 자신과 고 최경락 전 경위에게 '문건을 유출했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최 경위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윤회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14년 1월에 작성한 정윤회씨에 대한 동향감찰보고서인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을 말한다.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 행위를 겨냥한 특별 감찰이 지난해 7월 시작됐으나 감찰은 한 달도 채 넘기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에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청와대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사퇴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감찰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이 특별감찰관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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