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팀이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을 둘러싼 청와대 측 책임 전가를 그대로 맞받아쳤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9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을 대면조사 하기 위해 상당 기간 동안 대통령 변호인과 여러차례 협의를 하는 등 사전접촉을 했고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현직 대통령인 점과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시간, 장소, 방법 등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대통령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면서 "그런데 대통령 변호인은 2월7일 특정 언론에서 일정 및 장소가 보도되자 2월9일로 예정된 대면조사를 거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 이규철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 후 대통령 대면조사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규철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 후 대통령 대면조사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대변인은 특히 "대면조사 비공개와 관련해 사전조사 일정 등은 특검법 제 12조에 따라 공개를 할 수 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되 조사가 완료된 후 상호 동시에 조사 시간, 장소 등 수사 절차상 이루어진 사항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제12조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 호의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검이 대통령에게만 비공개 조사를 허하는 것은 비원칙적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동안 특검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해왔으나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비공개 조사는 대통령 측 요구에 따른 것임을 밝힌 것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 근거도 정면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특검은 협의된 내용을 언론에 사전에 공개하거나,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특검 입장에서는 이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일부 언론에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대면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간 것에 대해 당초 합의가 깨졌다는 이유로 대면조사 거부 결정을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대면조사를 최대한 무산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 측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보가 새 나갈 수 있는 출처는 특검과 청와대, 최소 두 군데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이 비공개 조사를 요구하며 특검의 선택지를 좁힌 뒤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대면조사를 불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은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전과 다름없이 대면조사 성사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날 뾰족한 묘수는 밝히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상호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피해서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강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또다시 비공개 조사를 요구할 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특검이 대면조사 일정 사전공개를 강행할 시 박 대통령은 이를 명분삼아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틸 여지도 있다.

'9일 대면조사' 불발로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변인은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변인은 9일 오전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소환 조사에 임하고 있는 최씨에 대해 "오늘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특검에서 상당히 기대를 했다"면서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특검이 묻는 질문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급작스럽게 특검 출석 의사를 나타내 태도 선회 배경에 의문을 자아낸 바 있다. 특검은 지난 7일까지 최씨를 소환하기 위해 법원에 체포영장을 일일이 발부받아왔다. 최씨는 "특검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며 소환 조사에 불응으로 일관했다.

이 대변인의 발언은 최씨가 자진해서 출석했음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점, 최씨의 태도 선회 시점이 대통령 대면조사 예정일에 임박한 점, 변호인이 현재 입회해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