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돌아가는 꼴이 수상하다.

‘서울의 봄’은 또 다시 뺏길 것인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적나라한 국정농단의 현실을 보고도 ‘탄핵기각’의 나팔소리가 요란해졌다. 박대통령을 탄핵의 위기로 몰고간 장본인격인 ‘친박새누리당’내에서 ‘정치특검’ ‘탄핵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소위 ‘태극기 집회’ 분위기에 고무된 대선후보들 입에서는 자신의 발언조차 뒤집고 ‘탄핵기각’을 외치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의 수가 촛불집회보다 많다는 주장을 근거로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탄핵 찬성 입장이었던 김문수 새누리 잠정대선후보는 “탄핵은 마땅히 기각돼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인제 전 새누리 최고위원도 ‘탄핵반대’를 주장하며 태극기집회에 참석했다.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원유철 후보도 태극기 집회 참석을 공언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발맞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월 북한도발설’로 안보위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주년 생일(2월16일)이 있는 이번 달에 어느 때보다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정권교체 분위기로 샴페인을 준비하던 야권에서도 일제히 ‘탄핵위기론’을 제기했다. 어쩌면 기대했던 벚꽃대선은 때이른 ‘일장춘몽’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불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촛불’들이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상징 ‘서울의 봄’은 어떻게 반복적으로 짓밟혀왔던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리석은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자각 때문이다.

1960년 4월 혁명의 결과로 독재자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가져왔고, 촛불들의 항쟁으로 정권을 바꾸어 낸 역사적 경험은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은 셈이다. 그러나 촛불항쟁에 나섰던 민초들의 기대와는 달리 불과 1년만에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로 민주화의 의지는 좌절되고 만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개발의 논리, 한국식 민주주의를 내세워, 조국의 근대화라는 명분하에 수많은 민주적인 요구들을 무시하고 억압했다. 언론사가 통폐합 되는 등 강고한 폭압정치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는 김재규에게 사살당하게되자, 다시 민주화가 되리라는 기대가 민초들 사이에 커졌다. 그러나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세력의 또 다른 군부쿠데타, ‘12·12사태’로 이 땅의 민주화의 꿈은 좌절됐다. 이것을 이른바 '빼앗긴 서울의 봄'이라고 부른다.

▲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서울의 봄’을 총칼로 빼앗은 전두환 일파는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국군의 손에 무참하게 죽어간 민초들을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었다. 정치인들은 연금되거나 감방으로 보냈고 사회정화란 미명으로 길거리 민초들을 ‘삼청교육대’로 끌고가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5공비리’속에 국민은 전두환 일파의 갑질에 숨죽여 신음해야했다. 전두환 체제가 끝나가자 다시 체육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육사 동기 노태우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시도를 했다. 이때도 촛불들은 최루탄을 맞으며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분연히 맞섰다.

결국 오늘날 그나마 대통령을 우리손으로 뽑을 수 있도록 만든 직선제 개헌과 언론자유를 이 정도나마 누릴 수 있게된 것도 당시 촛불들의 눈물과 피 덕분이다. 소위 ‘6월 항쟁’의 결과로 직선을 찾았지만 야권의 분열로 다시 노태우 군부정권이 바톤을 이어받아 다시 한번 촛불의 기대를 좌절시켰다.

지금의 새누리는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명박의 새누리, 박근혜의 새누리는 국민의 기대를 좌절과 실망으로 바꿨다. 야당이 사분오열하는 틈을 타 블랙리스트, 화이트 리스트를 활용하고 관제데모를 활성화 시켜 여론의 물줄기를 바꿔놓는 시도를 해왔다. 57년만에 맞은 ‘서울의 봄’은 또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혼돈의 세월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2017년 ‘서울의 봄’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첫째, 야당이 벌써 대선분위기로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안된다.

빼앗긴 ‘서울의 봄’은 기회를 노리던 세력들이 작은 빈틈을 비집고 뒤집기에 성공한 역사의 반역이었다. 3김씨로 대표되던 당시의 민주화 세력은 각자의 정치계산 때문에 역사의 고비에서 군부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 그 결과 폭압적인 군부통치를 경험한 세대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지않은가. 지금이야말로 야당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낼 때다. 아직 헌재의 탄핵시기도 결정되지도 않았고 그 결과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었는데 벌써 야당후보들끼리 자책골을 기록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죽쒀서 개주는 꼴을 국민은 더 이상 보고싶지않다. 야당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다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 연합뉴스
둘째, 국정농단의 핵심세력 친박과 새누리, 그 주변세력들에게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대통령 풍자 그림을 의원회관에 전시했다가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는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참석했다. 최 의원은 지난달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의 등장은 친박의원들이 정치적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시위에는 최 의원뿐만 아니라 이장우·박대출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표의원의 ‘오버 행위’가 친박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박들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거꾸로 시위에 나서는 적반하장으로 태극기를 집결시키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세력은 작은 변수도 호기로 활용하여 변화를 꾀한다. 야당 의원들이 더 조심해야 할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박대통령과 황교안 대행을 얕보는 언행은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혹시 차기를 노리는 심복 황대행이 욕심을 부리고, 위기의식을 느낀 국정 곳곳의 친박세력과 숨어있는 ‘최순실 사람들’이 작당하게 되면, 하루아침에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여기에 헌재의 탄핵결정을 뒤로 미룰수록 8인체제에서 7인체제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7인체제에서는 헌법재판관 두 사람만 반대해도 탄핵은 물건너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2017년 ‘서울의 봄’도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서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모자에 박 대통령 얼굴이 있는 배지를 달고 있다. ⓒ 연합뉴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서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모자에 박 대통령 얼굴이 있는 배지를 달고 있다. ⓒ 연합뉴스
공영방송사를 비롯 주류언론은 여전히 박근혜 하수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탄핵’을 이끌어내는데 공을 세운 JTBC는 태극기를 든 극단세력에 의해 지쳐가는 상황이다. 관제데모를 앞세운 새누리 세력들의 반성없는 역공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염치없는 후보들의 말바꾸기는 촛불에 대한 부정이며 민심에 대한 반역이다. 후안무치한 새누리당의 이성잃은 몸부림에 야당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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