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부회장 권오갑·대표이사 강환구)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내 불법파견 문제를 두고 직접 원청을 고소하고 나섰다.

건우기업·태산테크 등 현중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인은 지난 7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현대중공업의 노동자 불법파견 행위를 고소하며 업무일지, 영상 등 근거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 2016년 12월1일 직접생산공정 중 하나인 블록 작업에 투입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사진=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공
▲ 2016년 12월1일 직접생산공정 중 하나인 블록 작업에 투입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사진=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공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영 공정’에 상시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파견 노동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건우기업 ‘일일 작업 허가/지시 및 결과’ 일지를 보면 직원 2명 근무내용 기입 란에 ‘직영지원’ ‘선체지원’이 기재돼있다. 이는 영상으로도 확인된다. 하청노동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촬영한 다수 영상에 따르면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직접 공정인 건조1부 내 선체1팀 공정에 투입된 사실 및 이들이 현중 관리자급 직원의 작업 지시를 받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청노동자가 직접 고소에 나선 이유는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고용노동부와 원청기업이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국정감사를 통해 현중 각종 불법파견 입증 자료를 전달받았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불법파견 조사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노조가 설립된 2003년부터 원청이 ‘실제 사용자’라고 주장해왔으나 현중은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직원의 일부를 상시적으로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는 입증 자료. 사진=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공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직원의 일부를 상시적으로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는 입증 자료. 사진=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공

고용노동부는 이미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원청 임원이 하청노동자 인력투입을 결재한 문건(현중 내부 기안문) △원청의 투입인원/공정진도/스케줄 직접통제(현중 협력사 운용지침), △하청직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한 원청 직원 문자메시지 △벌점관리 등 하청노동자 징계권 행사 관련 문건(현중-하청업체간 규정준수 합의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설날 격려금 지급 관리가 확인된 문건(원청이 하달한 격려금 안내 공문) △하청업체에 일단위 업무보고 지시한 문건(원청 하달 이메일 사본) △하청노동자의 본사 보고용 문자메시지 양식 지정 자료(원청 하달 이메일 사본) 등을 제출받은 바 있다. 대부분 사내하청지회가 불법파견 전수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직접 취합한 자료다.

사내하청지회는 이와 관련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현대중공업에서 ‘직영지원’ 명목으로 수년간 정규직 공정에 상시 투입돼 일해 온 하청노동자 당사자들과 구체적인 증거, 제3의 증인을 바탕으로 불법파견 고소와 함께 원청이 직접 고용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바”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고용노동부를 향해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불법파견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국정감사와 고소에 제출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의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엄정한 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파견법은 편법적인 파견노동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된 조건에서만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 금지 업종이다.(제5조) 예외적으로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파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제5조) 그 기간도 최대 3개월이 원칙이나 “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파견근로자간” 합의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다.(제6조)

이를 위반하면 모두 ‘불법파견’ 사업장이다. 불법파견 업체에 대해 고용노동부장관은 노동자 파견사업의 허가를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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