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논란 끝에 지난 3일 MBC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본사 임원들을 비롯해 지역MBC 10곳의 사장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면서 이번 사장 공모에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임원들을 중심으로 연합 전선과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돼 치열한 눈치싸움도 예상된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는 MBC 내부에서만 여러 임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직 MBC 출신 인사를 비롯해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가 남은 지역·계열사 사장 모두 본사 사장 지원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MBC 본사에서는 현 안광한 사장도 연임이 가능하며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장근수 드라마본부장 등 등기임원 전원 임기가 만료돼 사장에 지원할 수 있다. 이들 중 아직 공식적으로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힌 임원은 없지만 일부 자리 보전을 약속하고 ‘밀어주기’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복수의 MBC 관계자에 따르면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본사 임원과 지역MBC 사장이 방문진의 차기 사장 선임 결정 이후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역MBC 사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도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차기 MBC 사장 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도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차기 MBC 사장 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역MBC 사장 중에는 문철호(부산)·김환열(대구)·최영준(광주)·황용구(경남)·이용석(충북)·윤길용(울산)·안우정(강원영동)·이장석(목포)·윤영욱(여수)·이우철(포항) 사장이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현재까지 본사 사장 지원을 고심 중인 지역MBC 사장은 문철호·이장석·황용구·이용석 사장 등이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 등도 임기 1년을 남기고 있지만 지원 못 할 이유가 없다. 본사 사장에 지원 후 떨어지더라도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청와대서 낙점한 사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과 방문진법 개정 등 여러 정치적 변수가 존재해 사장 후보자가 난립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방문진은 지난 2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2017년 MBC 주주총회 일정 논의 건’에 대해 현재 안광한 사장 임기가 끝나는 2월 중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관련기사 : ‘언론장악방지법’ 앞두고 MBC 신임 사장 선임 강행)

이날 일부 이사들은 최근 지역MBC 사장 등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받아 논란이 된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국회에 상정된 방문진법 개정 상황 등을 보고 3월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해 여당 추천 이사 6명 전원이 관행대로 이달 중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데 찬성해 3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MBC 차기 사장 공모 후 23일 임시주총에서 MBC 사장 선임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방문진의 MBC 사장 공모 내용을 보면 차기 사장의 선임 기준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 △MBC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사 △방송사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도력과 추진력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사장은 ‘청와대 낙점’이라는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과 MBC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차기 사장 절차가 시작된 만큼 사장 공모 지원자들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여러 부담감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도전자들은 지원서와 함께 △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 △수익 증대 방안 및 경영 합리화 △조직문화 개선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 등을 담은 경영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16일 MBC 사장에 지원한 후보자들을 3배수로 압축, 23일 후보자 프레젠테이션과 면접 절차를 진행한 후 다수결에 따라 신임 사장을 선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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