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문화계 블랙리스트)'을 진두지휘한 김기춘(78·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7일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을 비롯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로 기소했다.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으로 하여금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게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민중의소리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 전 실장의 공소사실엔 문체부 실장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와 위증혐의도 포함됐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블랙리스트에 대해 "블랙리스트는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증언했다.

조 장관 역시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는 없고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 관련해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불구속 기소된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의 사직을 강요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로 함께 기소됐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7회 변론기일 증인신문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승진시켜 이들을 산하기관 임원직에 보임하라'고 지시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여기서 '이들'은 문체부 노태강 국장 및 진재수 문체부 과장으로, 2013년 5월 승마협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가 함께 옷을 벗었다.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조사를 위해 1월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조사를 위해 1월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로써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이 기소한 고위공직자는 총 7명이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1·구속기소),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4·구속기소),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7·구속기소) 등 3명은 지난달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됐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사법처리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블랙리스트를 최초로 보고받고 지시한 김기춘, 주무부서인 정무수석실과 비서관, 실질적인 실행 부서인 문체부 장관과 차관들에 대해서 구속·불구속해 사법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기춘·조윤선 등의 공소장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도 일부 혐의와 관련해 공모자로 기재돼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구체적인 공모 사실은 피의사실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 대면조사는 2월10일 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최초 말한 것이 2월 초순인데 2월10일 정도로 말한 것 같다"며 "그 언저리에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대면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면조사가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다. 박 대통령 측이 청와대를 향한 강제 수사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비공개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총리실이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를 거부 의사를 밝혀 순조로운 영장 집행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이 대변인은 "그런(청와대 측 요구) 형태의 임의제출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임의제출로 맞선다면 이 상황에서 종료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다른 방안은 없는지 최종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영장 기간은 28일이기에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요구하는 임의제출 방식은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전혀 없는 '요약본 제출' 방식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 시도에 거부하는 명목으로 검찰 측 요구 자료를 임의제출했다. 그 중 상당수는 원본이 아닌 '이 문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요약한 요약본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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