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이사가 법정에 출석해 최씨의 변론이 어불성설임을 밝혔다. 

고 전 이사는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제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블루K 실소유주 및 운영자는 고영태'라는 최씨 측 주장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 전 이사는 최씨가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 기일에 출석해 '고영태가 더블루K를 설립했다'고 말한 데 대해 "전혀 사실 아니"라며 "내가 회사 자체를 만들 줄도 모르는 걸 최순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립 준비 당시 최씨가) 법무사 전화번호를 주면서 '거기 가면 알아서 해줄거니 가보라'했다. 거기 돈주고 의뢰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권을 비롯해 사업결정, 각종 결재 권한 등을 거론하며 더블루K의 실소유주이자 실질적 운영자는 최씨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성민 전 대표는 최씨의 소개로 더블루K 대표로 인선됐다"면서 "실질적 운영은 최순실이 다 했다. 조 대표는 체육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항상 이해 못한다고 (최씨로부터) 욕도 많이 먹고 무시도 당했다. 나이도 있으신 분인데, 모욕적인 말을 워낙 많이 들어 그것 때문에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초 설립자본금 5천만원도 최씨가 전액 현금으로 준비했다. 그는 "최씨가 직접 모든 자금 댔다. 5만원짜리 현금으로 받았다"면서 "자본금을 1억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을 때도 최씨가 준 돈을 더 가지고 가서 주식을 늘렸던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고영태씨가 자기가 해보겠다고 해서 도와준 것”이라며 더블루 K 설립 경위를 설명한 데 대해 그는 "'회사 만드는데 사람이 없다. 이사로 등재해놓고 후에 빼주겠다' 그렇게 최씨가 말했다"면서 "'체육에 대한 일을 하니 좀 아는게 있으니 도와달라' 그래서 수긍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 측이 더블루K 내 자신의 사무실의 존재 여부를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고 전 이사는 "회의실 자리가 최씨 사무실 자리다. 금고도 있었고 본인 책상도 있었고 회의할 수 있는 6인 테이블도 있었다"며 최씨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빌딩관리인이 직접 손으로 그린 사무실 그림을 제시하는 변호인 측에 고 전 이사는 "더블루K 사무실 가보셨나. 도면으로 알 수 있나요. 인테리어 아십니까"라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전 이사는 최씨의 '고영태가 더블루K 실소유자'라는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내 회사였으면 잘릴 이유가 없었다"면서 "사무실 집기류 하나를 사려면, 결재 라인에 회장님 싸인이 들어가야지만 살 수 있었다. 싸인 없이 샀을 때는 말단 직원이 혼도 났다"고 지적했다. 고 전 이사는 지난해 8월 최씨로부터 사직 요구를 받고 더블루K 상무이사를 그만뒀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더블루K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사업 용역 수주를 통해 이권을 취득하려고 만든 차명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영태 흠집내기' 최순실, 정면 반박 당해

최씨 측은 고 전 이사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모함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최씨는 검찰 조사 등을 통해 고 전 이사와 류상영 더운트(더블루K 후신) 부장이 자료 조작과 허위 진술을 통해 자신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다고 엮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 전 이사는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더 억울한 거 같다. 내가 조작을 했다면 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움직였고 정호성 비서관을 움직여서 그런 조작을 했다는 게 되고 내가 대기업을 움직여 300억 원을 받게 하고 독일 비덱스포츠에다가 200억 원 정도 지원 요청을 했다는 것"이라며 "(자신은)그런 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씨 측 변호인이 고 전 이사 등이 금전적 이득 등을 도모할 목적으로 최씨를 이용했다는 취지의 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아는 바 없다. 그들이 말하는 데 옆에 있었을 뿐이지 당시에 최씨와 연락을 안할 시기였다"면서 "권력이란게 뭐길래 내 주변 사람들까지 이렇게 변질되나. 안타깝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광휴 변호사는 '최철 전 대표 등이 36억원 규모 사업을 문체부에 제안하고 밖에선 증인과 최씨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압력을 행사케 한 뒤 선정돼 받은 예산을 증인을 포함해 나눠먹기한 사실 있냐'고 질의했다.  

"악덕한 죄인" "돈이 그렇게 좋냐, 화가 나서 잠이 안온다" 법정 소란도

검찰 신문이 마무리되던 오후 6시 경 법정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있던 시민 이옥순씨는 변호인을 향해 "잠깐만, 변호인 너무 다그치지 말라. 악덕한 죄인이 왜 다그치냐"며 "돈이 그렇게 좋냐. 나라를 다 망가뜨린 X을. 나라를 다 망쳐놓고, 그게 좋냐"고 소리쳤다. 

김세윤 부장판사는 즉시 "조용히 하라" "박수치지 말라"며 이씨에 호응하는 방청석을 제지했다. 

김 판사의 제지에도 이 씨는 "너무 화가나서 잠도 못자겠다",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김 판사는 "이곳은 피고인이 정당하게 얘기하고 답변할 법정이다. 변호인도 변호할 권리가 있다. 질문할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방청 허락을 못한다"고 경고했다. 김 판사는 이씨를 퇴정조치 한 후 재발할 시 감치 조치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고씨는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자신이 '미얀마 K타운 사업' 이권 사업을 챙기려다 최씨에게 가려막혔다는 의혹 제기도 반박했다. 

그는 "전혀 나와 상관없는 기사가 오보로 나온 것 같다"며 "지분 얘기를 들었을 때는 (검찰) 조서를 받고 난 다음이고 미얀마를 다녀와서 회사에 바로 사직서를 냈다. 지분관계는 그 뒤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고씨는 최씨가 추진하려 한 미얀마 K타운 사업권을 가진 사업가 인아무개씨의 회사 지분을 약 15% 취하려 했다 최씨 측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고씨의 지분 취득 계획을 안 최씨가 "내가 사업을 더욱 키워줄 테니 고영태가 아닌 나에게 지분을 달라"고 인씨의 지분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미얀마K타운 사업은 최씨가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투입해 이권을 취득하려 했던 것으로 최씨는 이와 관련해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돼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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