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보수·우익 단체와 언론에 수십억 원을 직접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가운데 보수 인사들로 장악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도 최근까지 극우 매체에 광고를 집중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이완기·유기철 이사 등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방송문화진흥사업 공모 홍보를 위해 광고를 집행할 매체를 선정하면서 지난 이사회 때 합의된 매체 다양성과 균형성, 홍보 효과 등 기준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문진에 따르면 올해 방송 공익성 제고와 방송 관련 학술연구 및 사회공헌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진흥사업을 공모를 시작하면서 광고 홍보 매체로 미디어워치·미디어펜·뉴데일리·오마이뉴스·iMBC 5곳을 선정했다. 광고 집행액은 오마이뉴스와 iMBC가 각각 300만 원, 나머지 세 곳은 250만 원씩이다.

지난해 1월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방송 갈무리.
지난해 1월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방송 갈무리.
그동안 방문진 이사장과 사무처장이 독단적으로 광고 집행 매체를 선정하면서 공정성 시비는 늘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5년 8월부터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이사장 체제의 제10기 방문진 이사회는 광고 효과와 방송 전문성 등을 무시하고 보수 매체 편향적인 광고 집행으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방문진 사업 홍보 매체 선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방문진 사업 등 공모 홍보 지출비 3520만 원 중 2200만 원(62.5%)이 미디어워치·뉴데일리·조갑제닷컴·폴리뷰·문화일보 등에 집행됐다. MBC 자회사인 iMBC를 제외하면 기타 매체는 대학내일뿐이다.

매체별로는 iMBC와 대학내일이 330만 원씩 두 차례 660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고 미디어워치와 뉴데일리가 550만 원, 조갑제닷컴 440만 원, 문화일보 385만 원, 폴리뷰가 275만 원을 받았다.(관련기사 : “MBC의 날개”라던 미디어워치 등에 방문진 광고 집중)

국회 관련 상임위와 일부 이사들의 지적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2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번 방송문화진흥사업 공모 홍보 매체도 객관적 기준에 따라 선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은 “기준을 정해달래서 기준대로 집행한 것”이라며 “나도 골고루 주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공정하게 (보도)해주는 데가 없어서 기껏 고른 게 오마이뉴스와 대학내일인데, 대학내일은 방학이라 광고를 안 한대서 오마이뉴스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 이사장은 iMBC와 오마이뉴스를 제외하고 미디어워치·미디어펜·뉴데일리 3곳에 광고를 집행한 이유에 대해 “(세 곳은) 공정한 매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관련 공모임에도 미디어 전문지가 모두 빠진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 허위 사실로 많이 비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6일자 한겨레 8면.
6일자 한겨레 8면.
한편 방문진은 지난해 전경련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통해 탈북단체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전경련 산하의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권혁철) 등 방문진 일부 이사와 관련된 단체를 대북방송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논란이 됐다.(관련기사 : “방문진 대북방송 사업, 친여인사 관련 단체 퍼줬다”)

방문진은 지난해 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북한주민의 방송시청확대 지원 사업’ 공모로 ‘자유북한방송’과 ‘통일미디어’, ‘북한발전연구원’, ‘북한민주화네트워크’ 4곳을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했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들 단체 중 2700만 원을 지원받은 ‘통일미디어’는 ‘국민통일방송’이라는 사이트를 통한 대북단파방송 등을 하며 각계 보수인사들이 참여한 ‘100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100인클럽’에 방문진 여당 추천의 김광동·권혁철 이사도 포함돼 있었다.

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38개 보수·우익단체와 개인 등에게 총 61차례에 걸쳐 25억여 원을 직접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관련기사 : [단독] 전경련, 사회공헌기금 25억 보수단체에 쏟아부었다)

단체별로는 전경련 산하 자유경제원이 8억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수·극우 매체들도 수차례 전경련의 지원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매체 중엔 ‘바이트(1억450만 원)’와 ‘미디어워치(5000만 원)’, ‘올인코리아(3500만 원)’, ‘경제풍월 (500만 원)’ 등이 전경련 돈을 받았고 ‘한국경제’ 신문도 두 차례 6000만 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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