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합법적인 총파업 투표소를 몰래 찍다 발각됐던 MBC 사측이 이번엔 차기 조합 임원 선거를 위한 투표소 설치를 방해하다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6일 MBC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쯤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 집행부 임원 선거를 위한 투표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사측은 안전관리팀 직원 20여 명을 동원해 이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며 노조 측과 승강이를 벌였다.

이후 노조 측이 ‘합법적 선거 활동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안전관리팀 직원들과의 대치 상황은 30~40분 동안 이어졌다. 노조는 당초 이날 9시부터 투표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투표소 설치 이후에도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조합원들이 투표소로 들어가는 것조차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들이 투표함과 기표소 등을 서울 상암동 경영센터 1층 로비로 설치하려고 하자 MBC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막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6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들이 투표함과 기표소 등을 서울 상암동 경영센터 1층 로비로 설치하려고 하자 MBC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막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표소 설치 과정에서 사측이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기표소가 약간 망가져 다른 기표소로 바꾸려고 했더니 출입문마저 막아버렸다”며 “새 기표소 교체를 포기하고 9시 투표 개시 후에도 조합원이 투표용지를 받아서 투표하는 걸 막다가 9시20여 분이 돼서야 봉쇄가 풀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2013년 조합 임원 선거까지만 해도 투표소를 본사(여의도) 로비에 설치해 왔다. 하지만 2014년 본사의 상암동 이전 이후 사측은 사옥 내 모든 투표소 설치 등을 불허하면서 부당노동행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투표소 설치를 방해하면서도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투표소가) 직원과 외빈들의 통행을 막아 불편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투표소는 본사 로비 조형물 뒤 기둥 옆에 설치돼 행인들의 통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투표소가 설치된 이후에도 사측은 안전관리팀 직원 10여 명을 동원해 기표소 주변을 둘러싸고 투표를 방해하다가 30여 분 만에 물러섰다”고 지적했다.

6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들이 투표함과 기표소 등을 서울 상암동 경영센터 1층 로비로 설치하려고 하자 MBC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막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6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들이 투표함과 기표소 등을 서울 상암동 경영센터 1층 로비로 설치하려고 하자 MBC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막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현재 출입문 봉쇄와 사측의 투표 저지는 풀렸지만 노조는 사측의 투표소 강제 철거 등의 돌발 상황을 대비해 이번 선거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 대기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관련기사 : [단독] MBC 사측, 노조 총파업 투표 몰카 찍다 들통)

한편 이날부터 시작된 언론노조 MBC본부 제12기 집행부 임원 선거에는 위원장 후보에 김연국 기자와 부위원장에 도건협 기자(대구MBC 지부장) 등이 단독 입후보했다. 오프라인 투표는 오는 8일까지 경영센터 1층 로비와 미디어센터 11층 조합 사무실 두 곳에서, 7일과 8일에는 모바일로도 투표가 가능하다. 개표는 8일 저녁 7시 진행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