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vs 검찰

박영수 특검의 수사가 연일 화제다. 김기춘과 조윤선을 구속시켜 수사를 하고 있고, 최순실이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하여 강제로 소환하여 수사를 하였다. 비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기각되었지만, 추가조사를 통해서 증거를 보강한 후 재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적극적인 수사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한 사법부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돈도 능력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특검이 할 수 있는 수사를 그동안 검찰은 왜 못하였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검사 개개인의 능력부족인 것인가, 검찰 조직 자체의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문제인 것인가.

행정부 소속인 검찰, 행정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한 것인가.

우선, 우리는 검찰이 정부조직 중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 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며, 동법 동조 제2항에 의하면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두도록 되어 있다.

즉, 검찰청은 법무부의 소속기관으로서 검사에 관한 사무만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무부와 검찰은 입법부(국회)나 사법부(법원)가 아닌 정부에 속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검찰은 사법부라고 잘못 알고 있지만, 검찰은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속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과 경찰 등 사정 기관을 총괄하고, 법무부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사실상 파견된 검사 등을 통하거나 또는 직접적인 방식을 통해 검찰의 수사나 인사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법무장관은 검찰의 수사나 인사에 직접 관여하거나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과연 검찰이 대통령 측근과 관련한 비리,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와 관련된 비리, 정경유착과 관련한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No”이다. 실제로 검찰이 비선실세로서 국정농단의 혐의가 분명한 최순실을 공항에서 즉시 체포하지 않았고, 최순실은 증거를 인멸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데에 충분한 31시간 후에야 검찰에 출석하였다. 당시 최순실은 시중 은행에서 거액을 찾고 강남 모 호텔에서 다른 변호인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고, 수많은 검사들이 법무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법무부의 인사를 청와대 및 민정수석비서관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검찰에게 고위직이 연관된 비리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어떤 검사도 이러한 권력구조 하에서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하여 대항하기도 어렵고 대항할 수도 없으며, 몇 명의 검사가 대항한다고 하더라도 바뀔 수 없다. 게다가 정부와 재벌들은 이러한 권력구조를 활용하여 정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검찰을 비리의 수호자로 만들어 버렸고, 검찰 및 대다수의 검사들은 이에 무기력하게 순응했다.

그렇다면 검찰에게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검찰이란 조직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거대해진 검찰의 권력을 분배 및 축소하고 검찰에 대한 견제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만들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든다면 검찰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 모두를 독점하여서는 안 된다.

지금 현재의 검찰제도는 검찰에게 수사 및 공소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집중하고 있는 형태이다. 예컨대, 빵 한 덩어리를 정의롭게 나누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검찰에게 빵을 쪼갤 수 있는 권한(수사권)과 나눈 빵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공소권)까지 모두 부여한 구조인 것이다. 이에 지금의 검찰은 정의롭게 않게 빵을 쪼갠 후 본인이 먼저 큰 부분을 선택하여 먹고 있다. 이에 대다수의 국민은 “검사 지들 마음대로 수사하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상대방에게 먼저 빵을 쪼갤 권한을 주고, 상대방이 나눈 빵을 검찰이 선택하는 제도로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상대방은 조금이라도 한쪽 빵이 크게 쪼개면 검찰이 큰 빵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여서든 같은 크기로 빵을 나눌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상대방이 공정하게 나눈 빵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의가 구현된다.

그러므로 첫째, 우선 검찰이 독식하고 있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하도록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라는 것은 강제성과 밀행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권력 작용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권 침해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이 현재와 같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갖고 있으면,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비리를 덮거나 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고 검찰이 본인의 본연의 업무인 수사지휘 및 공소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 공소권과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갖되, 수사권은 경찰이 갖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검찰이 보충적 수사권을 갖도록 하여, 공소권 및 수사지휘권자가 수사권자와 상호견제 및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때에 비로소 자연스럽게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누가 수사하는가.

둘째, 검찰이 행정부의 하부조직인 만큼, 검찰에게 정부 고위직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고위 공직자 및 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여 공소를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독립기구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검찰과 상호 견제를 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위 빵의 예시로 돌아가 보자. 상대방에게 빵을 먼저 고르라고 했을 때 정의가 구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 말고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이 나를 견제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즉, 내가 빵을 쪼갰을 때 상대방은 당연히 더 큰 빵을 선택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공정하게 빵을 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상대방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게 되면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모든 권한을 독식하고 있는 자는 권한을 남용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우리나라 검찰의 모습이다.

이에 만일 공수처라는 독립된 고위 공직자 수사처가 만들어지고, 그 기관이 검찰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범죄를 수사하게 되면 검찰과 견제가 가능하게 되어 두 조직 모두 비리에서 자유로워 질 것이고 정의는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다.

검찰의 셀프 내부개혁? No!

그런데 정작 개혁이 대상인 검찰은 수사권 분배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인사권 개혁 등 검찰 내부개혁을 하면 충분하지, 권한을 분배하거나 견제 기관을 만드는 등의 제도 개혁을 통해 개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개혁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위 주장은 검찰개혁의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하는 주장이다. 현재 검찰이 “비리의 수호자”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는 것은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이지, 검사 한명 한명 혹은 검찰 고위직에 있는 검사 개인의 인성 및 윤리성 문제만이 검찰조직을 여기까지 망가뜨린 것은 아니다. 내가 빵을 나눈 후 먼저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결국 모든 이가 내 빵을 더 크게 잘라서 고르지 않겠는가.

검찰 개혁 로드맵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핵심적인 검찰개혁 방안 이외에도 법무부의 탈검찰화, 재정신청 확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문제, 공안부 폐지, 공적 변호청 설치 등의 검찰개혁 방안이 있으며, 각 개혁 방안들은 각각 별개의 개혁 방안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방안들이다. 이에 각 개혁 방안들이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 유기적인 선후 관계를 갖고 하나씩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 표에 각 시기별 검찰개혁 로드맵을 제시하였으며,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치밀한 계획 하에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김선수, 검찰개혁(검찰의 정상화) 방안 검토 참조].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이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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