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해 온 박영수 특검이 대통령 측 비협조적인 태도에 수사 난항을 겪고 있다.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 집행 불허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그것은 청와대의 입장이며 특검 입장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원론적 말씀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청와대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경호실, 의무실 등 범죄 혐의와 관련된 시설만 제한적으로 압수수색하겠다는 특검 계획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재차 강제 수사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포커스뉴스
▲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포커스뉴스

당초 이주 내로 집행될 예정이었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압수수색이 진행된다해도 청와대와의 충돌이 불가피해보이는 것과 관련해 이 대변인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예측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책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등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모든 장소 및 물건이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해 민정·정무·보건복지·교육문화수석실, 경호실, 의무실 등이 압수수색 시설에 포함된다.

특검팀은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 조율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2월 8~10일 경 대면조사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측된 바와 다르게 이 대변인은 "특검의 기본 전략은 어떤 형태로든 대면조사를 반드시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며 "10일이냐 11일이냐 일정 부분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대면조사가 가능한 방향 쪽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면조사 시일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비공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대면조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라면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비협조적 태도에 비춰보면 박 대통령 측은 비공개 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이 2월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이 2월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민중의소리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도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 ODA 사업에서 이권취득을 노린 알선수재 혐의로 2일 오전 특검에 소환된 최씨는 변호인 접견을 이유로 오전 수사에 임하지 않았다. 최씨는 특검 소환 조사 시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오후 조사에도 어제처럼 비협조적인 태도 취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비협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확인된 혐의에 대해 조사해야 하고최순실이 계속 묵비권 행사할지 여부도 알 수 없고, 묵비권을 행사함에도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하는게 맞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 하더라도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특검은 최씨를 소환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일일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있다. 최씨가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특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에 대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뇌물 수수 혐의 수사를 남겨 놓은 특검은 최씨가 소환 조사에 거듭 불응할 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은 오는 2월28일 만료된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삼성그룹 뇌물 공여 및 박 대통령 등 뇌물 수수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일부 기업의 뇌물 공여 혐의 △최순실씨 및 박대통령의 이권 취득을 둘러싼 직권남용 혐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직권남용 및 비위 행위 수사 등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대국민사과 발표 당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씨 또한 검찰에 처음 출석한 지난해 10월31일 “죽을 죄를 지었다”,“죄송하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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