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가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았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피해신고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는 지난해 6월 1362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주는 추세다.

정부의 공식 피해 접수 창구인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31일까지 한달 동안 접수된 피해신고는 모두 69건이고 이중 사망자는 12명이다. 이로써 전체 피해신고는 5410명, 사망자는 1124명으로 집계됐다. 신고자 10명 중 2명이 사망자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피해규모의 1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만명에 이르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작업환경건강연구실 조사에서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3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 시민단체들은 2016년 4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제품 불패운동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시민단체들은 2016년 4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제품 불패운동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럼에도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신고접수 또한 줄고 있다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적했다. 신고접수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6월의 전달인 5월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사는 1만7900건에 이른다. 반면 올해 1월 관련 기사는 2200건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의 협소한 판정기준 역시 피해신고를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된 5410명 중에서 정부가 관련성을 인정한 사례는 883건으로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이 중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원받은 이는 286명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판정 기준이 매우 협소하고 2011년 초기 역학조사 때의 경험에만 기초하고 있어 50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다양한 건강피해내용이 판정기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광주에 사는 한 피해자 가족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 2004년과 2006년 각각 아이를 잃었다. 첫 아이는 태어난 지 10시간 만에 사망했다. 부모는 둘째 아이를 신고했지만 ‘관련성 매우 낮음’ 판정을 받았고 이 땨문에 첫 아이 신고를 망설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은 사건 진상규명의 첫단추를 꿰는 기초적인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찾아내기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검찰이 살인사건 피해자를 찾아내는 수사방식을 동원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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