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최후보루로 불리는 사법부가 인권을 망치는 판결로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재벌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법부는 국민의 불신에 게의치않는 모습으로 수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최근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갑(甲)질 논란을 일으켰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47)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300만원의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정 사장에게 지난달 12일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조사 결과 정 사장은 당시 운전기사에게 골프 바지에 허리띠를 매어 둘 것을 지시했는데 허리띠를 찾지 못하자 화장품 가방으로 내려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 사장을 약식기소하면서 “갑질 행위 자체는 죄질이 불량하지만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 연합뉴스
▲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 연합뉴스
검찰은 약식기소하고 법원은 3백만원 벌금형 판결을 내려주고… 이게 대한민국 사법부의 민낯이다. 재벌자식들에게만 관대한 검찰과 법원의 법기술자들이 재벌의 고문변호사들과 짜고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박근혜 정부 장차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이 직무정지상태에 빠진 가운데 사법부의 수치스런 판결에는 관심조차 없다. 근로자들이 얼마나 더 뺨을 맞고 밟히는 폭행을 당해야 사법부가 정신을 차릴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정 사장이 3년 동안 교체한 운전기사는 1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4명씩 운전기사를 교체할 정도로 망나니짓을 하는 재벌3세에게 벌금 3백만원이라니… 계속 운전 근로자들을 폭행하라는 판결 아닌가?

돈과 지위를 물려받아 하루아침에 사장, 부사장, 회장 등 주요임원이 된 재벌 3·4 세들의 막말, 욕설, 불법행태가 한국사회를 무법천지, 폭력사회로 만들어도 사법부는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재벌후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갑질은 엽기적이며 사회다수에 대한 일종의 테러행위에 가깝다.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은 기본이고 백미러를 접게하고 운전을 시키거나 운전중에 운전자의 뒷머리를 때리는 등 위험천만한 짓을 했다. 한해 동안에 갈아치운 운전기사가 수십 명이 넘는다고 했다.

대림그룹 창업주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원래 약식기소됐으나 정식 재판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검찰이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한 사건을 검토한 결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오는 3월20일에 첫 공판이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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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자식들에게는 인권을 유린하는 상습폭행에 대해 검찰단계에서부터 약식기소 형식으로 사건 자체를 축소시켜버린다. 검찰이 재벌의 막강한 로비력에 무력해지는 모습이다. 법원이라도 제정신을 차리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정식재판으로 회부시키면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대표적 재벌3세 갑질은 한국사회를 분노케 했지만 그때 잠시 떠들썩했을 뿐 사법부는 곧바로 관대한 판결로 풀어주지않았던가. 그 피해자들만 음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역시 지역의 재벌급, 김만식 몽고간장 회장도 운전기사와 직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고발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직원들은 졸부 사장, 회장들의 욕설과 인격비하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조사, 수사한다고 했는데 사법처리됐다는 소식을 들리지않는다.

재벌불패의 신화는 한국사회의 인권을 시궁창에 쳐박았다. 함부로 근로자를 발길질하고 폭행해도 맷값 몇푼만 지불하면 끝이다. 최근 한화그룹 재벌 3세의 상습 폭행은 이제 발전하여 경찰에게까지 이어지지않았던가.

돈 몇푼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는 정의도 법도 죽은 사회다. 검찰과 법원의 불신은 조금도 개선되지않고 있다. 큰사건이 터지면 하나같이 특검을 외치는 이유가 한국 검찰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불신집단에게 국가의 법과 정의를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정한 권력, 재벌과 결탁한 검찰, 마지못해 응하는 시늉을 하는 법원의 부정한 결탁속에 근로자의 인권은 유린되고 있고 정의는 실종된 모습이다. 피해자의 눈물, 가족들의 고통을 가해자 재벌은 이해하지 못한다. 정의는 책갈피에서나 찾는 검찰과 법원의 한심한 판결은 또 다른 국민의 눈물이요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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