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온 가운데 특검이 청와대 강제수사가 구색 맞추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3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각에서 ‘과연 청와대에 공표하고 압수수색하는 것이 실효성 있냐’는 얘기가 있다. 증거인멸이 그 측면의 한 가지라 생각된다”면서 “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 기록물이 보존된 곳이자 보존 의무가 있는 곳이기에, 아무리 증거 없애려 한다더라도 없애는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있을 경우 (혐의가) 드러날 수 있기에 충분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포커스뉴스
▲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포커스뉴스

여론 일각에서는 특검이 구성된 지 한 달 이상이 지나도록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는 데 대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다’ ‘압수수색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 등의 의심이 제기돼 왔다.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사태를 우선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전레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9일과 30일, 청와대 측 버티기를 이기지 못하고 청와대가 자료를 주는대로만 받아온 바 있다. 

현재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측과 2월 8~10일 경으로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그 이전에 이뤄질 예정임에 따라 2월 첫째주 내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실효성에 적극 반박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로 기록될 청와대 압수수색을 반드시 집행할 것이란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이규철 대변인은 지난 17일 이래로 2월 초까지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될 것이라 밝혀왔다.

증거인멸 혐의 포착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압수수색을 할 경우에는 당연히 확인 가능하고 증거인멸했다면 그 부분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검은 청와대 측의 압수수색 거부 논리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혀왔다. 특검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삼성물산 합병안 개입, 의료법 위반 등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주요 혐의에 해당하는 공무 공간을 특정해서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특정 공간으로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보건복지수석실, 민정수석실 등을 비롯해 대통령 관저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압수수색 거부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 형소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11조에 따르면 공무를 보는 장소가 공무원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

▲ 지난 1월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최순실씨. ⓒ민중의소리
▲ 지난 1월2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최순실씨. ⓒ민중의소리

최순실씨는 이주 내로 특검에 다시 소환될 예정이다. 특검은 31일 최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최씨를 조사하기 위해 일일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있다. 최씨가 특검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 23일 최씨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번 알선수재 관련 체포영장 청구는 지난 22일에 이은 두번째 청구다.

특검은 뇌물죄 수사와 관련해서도 향후 최씨를 다시 소환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 대변인은 “(뇌물쇠 관련 소환조사를) 미적거리는 것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특검은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하고, 뇌물 수수 부분은 어차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재청구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그 전에 수사될 것”이라 밝혔다.

현재까지 특검이 공식적으로 밝힌 최씨의 혐의는 △정유라 부정입학·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관련 뇌물죄 △미얀마 K-타운 사업 이권 개입 알선수재죄 등이다.

미얀마 K-타운 사업은 미얀마에 760억원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무상원조로 지어주고 한류 관련 기업들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특검은 최씨가 당시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던 아무개씨와 짜고 그의 회사를 케이타운 프로젝트 대행사로 선정해 지분의 상당량을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는 31일 오전 귀국 당시 “누가 저를 추천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연루 사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오전 특검 조사 결과, 유 대사가 최순실을 여러 차례 만났고 본인이 최의 추천으로 대사됐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귀국 후 곧장 특검에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한편 정유라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 관련 수사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심리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주범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최 전 총장이 미르재단 관련 업무 논의를 위해 3차례 만났다고 진술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15일 ‘박근혜-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최씨를 학부모로서 두 차례 만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위증 혐의를 추가할 수 있냐는 물음에 이 대변인은 “지난번 조사 당시 (최씨와 최 전 총장이) 여러 번 통화를 했고 오늘도 법원에서 추가적인 내용 나왔기 때문에, 이를 종합해 영장 재청구 여부의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 답했다.

특검은 지난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5일 "입학전형과 학사관리에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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