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31일 퇴임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박 소장은 지난 25일 탄핵심판 9회 변론에서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는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까지 임기를 마치면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 재판관의 임기 전까지 탄핵심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소장은 퇴임사에서도 "세계의 정치와 경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그러면서 박 소장은 "남아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 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하여 사건이 실체와 헌법 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당부의 말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남아있는"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탄핵 심판에 심혈을 기울여달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박 소장은 "헌법재판소는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위중한 사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날 퇴임하면서 5기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꾸려가게 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소장 후임을 임명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31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식에 참석한 이정미(뒷줄 여성) 재판관이 박 소장 뒤에 앉아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31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식에 참석한 이정미(뒷줄 여성) 재판관이 박 소장 뒤에 앉아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자신의 주요 판결인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겨레는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 중 2014년 12월 17일치 메모에 '정당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등 선고 결과와 평의 내용이 적혀 있다며 진보당 해산 선고 이전 청와대와 박한철 소장 사이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헌재는 지난 11일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비서실이 수집한 각종 정보 분석에 따른 추론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박 소장은 지난 2013년 4월 헌재 소장으로 임명됐다. 박 소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대검 공안부장 등 공안검사 전력이 헌재 소장 직책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 경력 중 주된 부분은 형사, 특수, 기획 쪽이었지만 국가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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