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화탕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행화탕은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목욕탕으로 1976년부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찜질방, 스파 등의 대형 목욕탕이 생기면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행화탕은 지난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번에는 행화탕이 다큐 상영관으로 변신한다. 젊은 독립 예술가들의 프로젝트팀 ‘마침 내 극장’은 오늘 3일부터 5일까지 행화탕에서 독립 다큐 상영과 전시 ‘마침 내 극장-목욕탕을 지나야 입구’를 진행한다. 영국 출신 예술가 뱅크시의 다큐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인용이다. 

상영과 전시는 뒤편 주택의 2층과 반지하, 창고공간에서 진행되는데 7명의 다큐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에 어울리는 맞춤형 전용극장을 직접 만들었다. 각 상영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장치들과 함께 한다. 

▲ 아현동 행화탕. 사진=마침 내 극장 제공
가령 재능교육 투쟁 기록을 담은 김석 감독의 ‘명자나무’는 투쟁 천막에서 당시를 재현하는 전시와 함께 상영된다. 음성 랜덤채팅 어플케이션을 다룬 영화 ‘목소리톡’의 부성필 감독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공관과 흡사한 ‘벽장’으로 상영관을 꾸몄다. 

새터민 여성의 정착기를 다룬 다큐 ‘꽃피는 편지’는 관객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창고 공간에서 상영되는 조이예환 감독의 ‘불빛 아래서’는 영화에 담아내지 못한 특별 영상을 영화와 동시에 공개된다. 불빛아래서는 인디 뮤지션들을 5년 동안 기록한 다큐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다영씨는 “극영화는 상대적으로 상영 기회도 많은 편이고 배급사에서 다양한 이번트도 진행한다. 하지만 다큐는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지난해 지원을 받지 못한 독립영화 상영관들이 문을 닫기도 해 상영기회가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큐는 재미없다고들 생각하시는데 이런 공간이나 전시를 활용해 관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주고싶다”며 “앞으로도 다큐를 주제로 서점이나, 카페, 장롱 등 재미있는 공간에서 전시, 상영을 기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영시간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며 자유관람권은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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