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여러 대권주자들이 속속 공약을 펼쳐보이고 있다. 양극화와 불공정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높은 만큼 기본소득과 육아지원 정책 등 복지정책에 대한 각 주자들의 구상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경제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소득 재분배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가예산 400조의 7%인 28조원으로 만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명에게 1인당 국민배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 30만원을 지급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수익이 집중되고 있는 소수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증세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기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이라는 구체적으로 재원 확보 방안까지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구상은 현금이 아닌 지역 상품권의 형식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내 전통시장과 소규모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넣는 한편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등에는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기본소득과 유사한 제도를 제안했다. 전체 노인 8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월 30만원까지 인상하고, 청년수당의 경우 미취업 청년만 대상으로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또한 아동수당을 신설해 첫째아이에게 월 10만원, 둘째와 셋째의 경우 각각 월 20만원과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던졌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대표도 ‘기본소득제’를 꺼내들었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경제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노동시장 안에서는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게 하는 살찐고양이법을 포함해 격차 해소 관련 법안을 추진하되, 노동시장 밖에서는 아동과 청년, 노인 등에 대한 기본소득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본소득을 들고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에 선명하게 반대 입장을 표하고 나선 것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안 지사는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복지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할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일각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토크쇼 ‘전무후무 즉문즉답’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3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복지정책은 타이타닉호에서 구명보트에 타는 그 순서대로 우선 돈을 집행하겠습니다”라며 “노인복지분제, 0세부터 5세까지의 아동보육의 문제, 장애인에 대한 문제,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문제의 순서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전체 재정규모가 다 못한다면 앞의 급한 순서부터 돈을 써야 한다”며 선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이재명 성남시장 표 기본소득 공약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소요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대책까지 나와있지 않으면 그건 실행되지 않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복지보다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의 기본소득 논쟁의 배경에는 지난 20년 간 한국 경제 성장의 과실이 국민이 아닌 기업소득으로 주로 이어지면서 가계 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노오력’ 없이도 부당이득을 취하는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탄핵 국면 이후 조기대선 국면에서도 일부 계층의 불로소득을 국가 재원의 기반으로 삼는 대신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복지제도 공약이 설익은 선심성 공약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개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히 현재 정치권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복지국가에서의 사회수당의 개념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자산과 소득, 노동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특정 계층에 대해 사회보장의 차원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엄밀히 따져서 사회수당의 개념에 가깝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교수)는 27일 “(현재 복지 시스템 하의) 사회서비스와 사회수당 내실화만 제대로 하려해도 매년 5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개념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덧붙여지면 복지 공약 논의가 포퓰리즘 논쟁에 빠져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여러 대선 주자들이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본소득을 주창한다고 하니 좋은 정책같으니 해야 할 것 같은데, 대선 본선 구도에서는 포퓰리즘으로 찍힐 수 있을 것 같으니 엉거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은 (복지에 대한) 건전한 논쟁을 가로 막는 것이다. 각 주자들이 복지공약을 내세울 때는 정직하고 정확한 개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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