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언론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반격’에 관심을 모았다. 25일부터 연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최씨 측 대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층을 규합하는 여론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탄핵 심판으로 대선정국이 예정보다 빨라진 가운데 주요 대권 주자들의 향방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아래는 27일 아침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억울하다는 박 대통령…‘사실’은 적나라하다>
국민일보 <[투데이 스토리] “춥지만 일할 수 있어 행복”… 설 앞둔 지하철 실버택배기사의 하루>
동아일보 <[단독]아이디어 하나로, 떴다 ‘청년 상단(商團)’>
서울신문 <“설 밥상 민심 내 품에”… ‘조기 대선’ 기선 잡기>
세계일보 <[뉴스분석] 가시화한 '4말5초 대선' 변수는 설 민심>
조선일보 <반기문, 김종인·안철수에 '러브콜'>
중앙일보 <최순실측 “특검, 인권침해” … 설 밥상 여론전>
한겨레 <박원순 “대선 불출마”…민주 경선구도 출렁>
한국일보 <출마… 포기… 대선 게임 시작됐다>

최순실·박근혜 ‘특검 흔들기’에 공동 가세

최순실씨를 변호하는 이경재(68·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이 조선시대에나 나올 법한 ‘삼족을 멸하겠다’는 말로 최씨를 위협했다”며 특검의 강압수사를 주장했다.

▲ 27일 국민일보 2면

지난 25일 최씨가 특검 비판에 앞장선 데 이어 하루 간격으로 법률대리인이 가세한 모양새다 . 최씨는 지난 25일 체포영장 집행으로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는 길에 작심하듯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리친 바 있다.

특검은 이 주장을 일축했다. 특검은 지난 26일 “담당 검사는 ‘삼족을 멸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최씨가 허위사실로 특검의 신뢰·명예를 훼손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반격 대열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25일 헌재에서 탄핵심판 선고 시한을 선언하는 헌재를 향해 전원 사퇴를 시사했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인터넷 방송 <정규재TV> 인터뷰에서 “오해와 허구, 거짓말, 터무니없다” 등의 표현을 쓰며 국정농단 혐의를 해명했다.

국민일보는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특검 수사 방식에 시비를 걸어 현재의 판도를 흔들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면서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으로 수세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 측이 연합해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죽을죄→침묵→억울→강압 수사”로 요약되는 최씨의 태도 변화에 대해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자 의도적으로 반발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31일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세요”라 말하며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침묵을 유지하던 최씨가 1심 재판, 헌재 탄핵 심판 등에 참석하며 억울함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25일 최씨가 특검 소환 조사 길에 고함을 지른 것과 관련해 국민일보는 “이날의 작심 발악은 박 대통령 측과의 교감 속에 계획된 연출이란 분석도 많다”고 평가했다.

▲ 27일 동아일보 3면

박 대통령 측은 ‘여론전에 서는게 낫다’는 전략으로 지지층을 규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이 25일 한 인터넷 방송과의 돌발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사태 기획설’ 등을 제기하며 전면적인 여론전에 들어갔다”며 “3월 초까지 탄핵 선고가 이뤄질 것이 유력한 만큼 앞으로 한 달여 동안의 여론 향방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라고 분석했다.

동아는 박 대통령이 인터뷰에 나선 의도를 “기존 지지층에 ‘나는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발산함으로써 동정 여론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태극기 집회에) 촛불시위 2배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는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근거로 ‘샤이(Shy)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탄핵 반대’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동아일보)는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 ‘여론전 기획’ 지적… 조선일보, 이를 보조하는 모양새

박 대통령 인터뷰에 대해 경향신문은 해명에 대한 진실규명 작업에 나선 반면,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탄핵 반대 집회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분석한 박 대통령 측 여론전에 조선일보가 가세한 모양새다.

▲ 27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사유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호소형 변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도움을 구한 것은 연설문의 표현과 홍보적인 관점’이라고 항변했”으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박 대통령과 최씨 간 회의 녹음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17일 두 사람은 취임식을 앞두고 만나 정부 국정기조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정부 부처 인사개입 혐의에 대해 박 대통령은 “ ‘문화 분야’에서만 ‘조금’ 있었다”고 답했으나 경향은 “최씨의 추천으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이 공직에 입문한 뒤 차 전 단장의 ‘은사’인 김종덕씨가 문체부 장관에, ‘외삼촌’인 김상률씨(57)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차례로 임명돼 문화계를 완전히 장악했다”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박 대통령이 주요 공직 후보자 명단을 구두로 불러주면 정호성 전 비서관이 그 내용을 문서화해 최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것이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마지막으로 본 시점을 “정씨가 어릴 때”라고 밝힌 것 모두 사실과 달랐다.

▲ 27일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는 27일 탄핵반대 움직임에 주목했다. 조선은 박사모 대구본부와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지난 26일 대구 시내에서 개최한 집회에 대해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인터넷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기변호에 나선 것을 계기로 탄핵 반대 움직임이 커질지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이 지역의 일반 시민들이 느껴온 '집단 소외감'이 대통령 인터뷰를 계기로 점점 수면 위로 표출되는 것 같다." 조선일보는 한 대구지역 정가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집회 취지를 지적했다. 조선은 “추운 날씨에도 200여m 길이의 상가 주변 광장이 집회 참가자들로 찼다. 부산·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며 탄핵 반대 시민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조원진 의원은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서서히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강조했다.

“조윤선 구속 결정적 계기는 ‘고엽제전우회 데모’ 지시였다”

한겨레는 27일 단독보도를 통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의 결정적 계기는 고엽제전우회 등의 관제 집회 지시였다고 밝혔다.

▲ 27일 한겨레 8면

한겨레는 “26일 특검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 정무수석 취임 뒤인 그해 8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보수단체인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해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도록 했다”면서 “특검은 관련자 진술뿐 아니라 이를 입증할 핵심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일 있었던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와 위증 혐의를 소명하는 주요 증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이 연루된 ‘관제 집회’의 몸통은 박 대통령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겨레는 “특검은 나아가 조 전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보수단체를 동원한 관제데모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우파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며 보수단체를 동원해 친정부 시위를 주도한 윗선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박원순 불출마·유승민 대권도전·반기문 김종인·안철수에 ‘러브콜’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 27일 한겨레 4면

낮은 지지율 및 부족한 당내 우호세력이 불출마 요인으로 꼽혔다. 한 측근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정 업무와 경선이 겹치는 것과 관련) 지지율도 낮은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역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정해져 있고 패권주의는 강하다”며 박 시장의 불출마를 ‘친문재인 패권’과 연결지었다.

한겨레는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의 ‘1강 2중’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 이 시장, 안 지사는 설 연휴가 지난 후 후보 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후보등록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후보등록을 마친 인사는 최성 고양시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 유 의원은 지난 26일 “대통령이 되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면서 헌법 1조와 개혁적 보수를 전면에 내걸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보수 세력이 분열된 상황에서 유 의원이 낮은 지지율과 보수진영 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쏠림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반 전 사무총장에 ‘바른정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함께 치르자’고 제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27일 경향신문 4면

반 전 총장은 광폭 행보 중이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을 자신과 뜻을 함께 할 인사로 지목했다.

반 전 총장은 SBS 인터뷰에서 "현행 헌법으로는 누가 그 자리(대통령)에 들어가도 (권력이) 패권에서 패권으로 가는 것이므로, 권력을 분권하는 분권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치를 담당한 총리’로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분, 미래 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분이 총리가 돼서 전권을 갖고 내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전자는 김 전 대표, 후자는 안 의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정치적으로 의기투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6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이제야 조금 감(感)을 잡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6일 ‘정치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만났다. 조선일보는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첫날인 2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만날 계획”이라며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