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꿈은 탐정이었다. 2011년 여름 시사인 기자가 됐다. 그 해 10월 ‘나경원,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 단독기사를 써냈다. 직접 청담동 클리닉에 잠입해 “얜 젊으니 5천이면 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3년 뒤인 2014년 10월 기자생활을 관뒀다. 서울대 독문과 출신의 ‘탐정지망생’은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국 항주사범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항주사범대는 세계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모교다. 알리바바 본사도 학교 옆에 위치해 있다. 자연스럽게 창업과 전자상거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은 100% 기숙사 생활이어서 학생들과 친해졌다. “한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물건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떡볶이 만들어줄 수 있냐. 예능 자막 해석해 줄 수 있냐. 화장품 구해줄 수 있냐…. 화장품을 구해주다 보니 내가 상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중국 SNS 웨이보에서 사진 한 장면 보내주면 어떤 물건이든 정확하게 최저가로 구해주는 해결사로 유명세를 탔다. QR코드로 만든 명함이 여기저기 퍼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구글캠퍼스에서 관광객과 여행 가이드를 매칭 시켜주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나부터도 여행지에서 가이드를 찾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속에 그만 뒀다.

그녀는 장사가 좋았다.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 즐거웠다. 중국어에 능통하다보니 중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한국인이 모르는 좋은 상품을 알리고 구매를 대행해주기 시작했다. 대만에 가서 아무거나 먹고 어떤 게 한국인 입맛에 맞는지 직접 취재했다. 이후 스스로를 중화권의 보석을 찾는 쇼핑 탐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런닝맨’ 유재석이 차고 나온 팔 토시를 구해달라는 요청부터 한국 유튜브에서 본 주름 개선 리프팅을 사달라는 요청까지 캡처 이미지 한 장에 담긴 정보를 종합해 도와줬다. 중국의 혐한분위기로 한국 상품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떠돌 때는 국제전화까지 돌려가며 팩트체커 역할을 자처했다.

▲ '캐리어를 끄는 소녀' CEO 허은선씨. ⓒ허은선 제공
그녀의 꿈은 세계평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먹방, 덕질, 쇼핑”이다. 그녀는 현재 ‘캐리어를 끄는 소녀’ CEO로 활동하며 해외직구계의 에어비엔비를 꿈꾸고 있다. 허은선씨는 “캐리어는 돌아다니는 물류창고다. 이제는 캐리어 일부를 공간 자원으로 활용하며 여행비를 충당하는 게 하나의 여행방식이 됐다. 개개인들은 이미 시작하고 있다. 물건을 공급하기도 하고, 때론 주문하기도 하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하지만 지금은 단합이 안 되고 있다. 일본가는 사람, 대만 가는 사람, 중국 가는 사람, 한국 가는 사람끼리 수배를 걸고 서로의 캐리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덕후가 단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며 동업자를 찾고 있다. “뷰티 유튜버들의 경우 화장품을 보면 사고 싶은데 무슨 제품인지 알 수 없으니 캡처해서 보내준다. 그럼 그걸 해결해서 보내주고 있다. 물론 수익은 안 남는다. 지금은 이런 거래를 한 데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시기다. 김밥을 팔기 위해 장사하는 게 아니라 김밥이 팔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국가와 화폐가 달라도 덕질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특종기자에서 글로벌 탐정으로 변신한 그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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