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채널 615 등 인터넷방송인 주권방송 촬영 영상을 무단 도용한 TV조선·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과 MBC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저작권침해를 인정해 피고들에 1940~417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손해배상 액수만 보면 1심 판결 때 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영상 저작권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 방송사들이 소규모 인터넷 방송의 영상을 무단 도용한 사례에 대한 금지기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주권방송이 TV조선 채널A MBN 및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에게 1심 판결에서 주문한 배상액에 별도로 추가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TV조선은 1심 배상액과 함께 2810만 원을, 채널A는 2010만 원, 매일방송(MBN)은 2390만 원, 문화방송은 1510만 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이 재판부는 주문했다.

이로써 배상액 규모는 지난해 1월28일 1심 선고와 비교할 때 보다 크게 늘어났다. TV조선의 경우 1심 때 배상액 1360만 원에서 2810만 원이 추가된 4170만 원을 배상해야 하고, 채널A도 1020만 원에다 2010만 원을 더한 3030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이 나왔다. MBN의 경우 1심 땐 340만 원이었으나 2390만 원이 늘어나 2730만 원을 배상하라고 재판부는 주문했다. MBC도 1심 때 430만 원에다 1510만 원이 추가된 1940만 원을 배상하게 됐다.



▲ 2014년 11월21일 방송된 황선-신은미의 토크콘서트 주권방송 촬영 동영상 갈무리
한규현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배상액만 밝혔고, 판결의 ‘판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법원은 아직 항소심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아 1심 판결보다 배상액이 늘어난 사유는 알 수 없다. 판결문은 원고와 피고에게 일주일 안에 송달된다.

이와 관련해 이번 항소심 재판의 쟁점은 이른바 ‘종북콘서트’라면서 방송사들이 마구잡이로 가져다 썼던 콘서트 현장 영상의 도용에 대해 저작권침해를 인정했느냐에 있었다. 1심 판결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채 가공과 편집, 창작이 가미된 일부 영상의 무단인용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11부(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28일 판결에서 “주권방송 영상을 피고들이 뉴스 또는 보도나 비평으로 갖다 쓴 사실을 저작권침해로 인정할지, 손해배상을 어느정도로 해야 할지에 대해 판단했다”며 “주권방송의 영상 일부는 저작물로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기준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저작물로 인정돼야 할 땐 최소한의 창작물이어야 하며, 그대로 촬영한 것은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기획, 편집하거나 (영상에) 창의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저작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은미 황선의 강연 및 통일토크콘서트의 현장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 영상물 촬영자는 강연 또는 토크콘서트 실황을 있는 그대로 촬영했고, 영상 촬영 카메라 구도의 선택, 촬영기법 등에서 촬영자의 별다른 개성이나 창작적 노력이 감지되지 않는 점 등에서 비춰보면, 각 영상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할 만한 어떤 창작적 노력 내지 개성이 드러나 있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6일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저작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했는지가 관심이다. 이번 재판을 진행한 주권방송의 변호인인 김종귀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카메라가 고정돼 있거나 단순한 사실관계를 전달한 영상에 불과한 것은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이 1심 판단이었다”며 “누가 찍어도 같은 영상이라면 창작물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작물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2014년 11월21일 방송된 황선-신은미의 토크콘서트 주권방송 촬영 동영상 갈무리
김 변호사는 “영상은 카메라를 어느 위치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고, 당시 촬영 영상의 경우 실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찍었다”며 “관객에 초점을 둘 때도 있었고, 진행자 초점을 맞출 때도 있었다. 또한 시간과 제작, 인력을 들인 영상제작자에 따라 다른 영상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재판과정에서 했다. 아마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여 창작성을 인정함에 따라 저작물로 인정한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진일보하고 당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상고여부에 대해 김 변호사는 “상고여부는 판결문을 본 뒤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2017년 2월8일 14시45분 기사 일부 수정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