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북한 해커 12명이 집단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단 탈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집단 탈북했던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들처럼 정부가 나서 기획 탈북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코너에 몰려 있는 박근혜 정부가 탈북이라는 안보 이슈를 고리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결국 사드 배치 문제로 관계가 어긋난 중국 당국의 비협조로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북한 해커들과 일을 했던 관계자들의 증언과 중국 당국에 신고한 내용을 전해들은 대북 소식통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북한 해커 집단 탈북에 대한 전말을 밝혔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 13일 밤 북한 해커 12명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붙잡힌 소식을 언론에 최초 전한 인물이기도 하다.

MBC는 11일 북한 해커들이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내용을 단독 보도했고, 23일 탈북 실패의 배경이 "사드 배치에 불만을 가진 중국 정부"의 기류 탓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언론은 하지만 북한 해커들이 집단 탈북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북한 해커들의 존재들을 상세히 알고 있었고 한달 전부터 해커들의 집단 탈북에 심혈을 기울였다. 북한 해커들의 집단 탈북 시도 뒤에 한국 정부의 '공작 정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북한 해커들은 명목상 중국의 사이버 업체에 파견 형식으로 건너온 노동자다. 겉으로 중국 업체는 북한 해커들에게 프로그램 개발자란 직책을 주고 웹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한 업무는 불법사이트를 개설해주는 것이었다. 중국 업체의 운영도 조직 폭력배가 맡고 있었다. 북한 해커들은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범서방파 등 국내 조직 폭력배와 연계돼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상대방 패를 볼 수 있는 악성 코드를 심어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 해커들은 국내 제2금융권을 해킹해 이름, 주소, 직업 등 고객 명단을 빼돌려 북한 공작팀에 넘기고, 공작팀은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시도했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해커들은 개인정보를 중국 업체에 팔아넘겨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북한 해커들은 지난 11일 밤 집단 탈북을 시도했다. 렌트카를 타고 창춘에서 3국으로 빠져나가던 중이었는데 중국 당국은 신고를 받고 1호 비상령을 내렸다. 창춘에서 심양 쪽으로 가는 톨게이트에 검문소가 설치되면서 북한 해커들은 결국 창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3일 오후 6시경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됐다.

이들이 집단 탈북을 하게 된 것은 결국 돈이었다는 것이 대북소식통의 주장이다. 중국 업체는 북한 해커들이 만든 불법사이트와 해킹으로 건당 수천만원의 돈을 벌었지만 북한 해커들은 당국에 보낼 돈을 제외하고는 수중에 들어온 돈이 적었다. 해킹을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중국 업체에 팔아넘긴 것도 수입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보기관은 해커를 관리하는 북한 보위부 직원과 접촉해 회유에 나섰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할 필요 없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측과 협의해 탈북 시도를 한 날짜가 바로 11일 밤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조직 폭력배는 북한 해커들이 사라지자 중국의 국가안전부에 신고했고,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비상령까지 내리면서 이들을 붙잡았다.

현재 북한 해커들은 중국 국가안전부의 비밀 가옥에 연금돼 있고 북한 보위부 직원과 행정지배인 두 사람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북한 해커 체포 사실을 전하면서 "지난해 식당 여종업원 탈북 당시에는 양해가 있었지만, 이번엔 사드 배치로 한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 집중 검문과 수색을 벌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 관계가 틀어져 중국이 단속을 강화해 북한 해커를 붙잡았지만 지난해 4월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은 우리나라 정부 당국과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졌다고 고백한 셈이다.

대북소식통은 "정부 당국이 공작을 하지 않았으면 집단 탈북은 이뤄질 수 없고 이동을 할 수 없다. 집단 탈북의 컨트롤 타워로 청와대를 지목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안보 이슈가 필요했을 때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을 작업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보위부 직원을 회유한 것이다. 탄핵 국면이 되니까 국면 전환이 필요하고 안보논리를 강화해야 하는데 북한 해커들이 집단 탈북을 했다고 하면 파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드 문제로 한국 정부와 각을 세운 중국 정부가 걸림돌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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