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의 주최세력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이 인용되면 그땐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연설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내란 선동의 혐의가 있다며 잇달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와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행동본부 등 6개 단체는 25일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및 계엄령선포촉구범국민연합(약칭 탄기국)’과 신원불상 ‘정한영’에 대해 내란선동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형법 제90조(예비,음모,선동,선전)와 제2항(‘제87조 또는 88조의 죄를 범할 것을 선동 또는 선전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에 의거해 이들이 내란선동의 혐의가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특히 이들이 내란선동 혐의가 있다고 지목한 것은 지난 21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에서 나온 ‘계엄령을 선포하라’ 등의 구호와 연설 내용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연설 동영상을 보면, 정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그리고 솔직한 얘기 하나 더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촛불 두려워서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한 얘기 하나를 하겠습니다. 만약에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세력이 될 것입니다. (‘동참합니다’, ‘제청합니다’ 등 환호-기자 주) 저는 여러분을 혁명동지라 부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준법집회를 하고 합법적인 집회를 하고 부드러운 집회를 하고 1차부터 9차까지 단 한 번도 위법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국민을 졸로 보고 있습니다. 아까 발표하신 성명서는 탄기국의 행동지침이 될 것입니다. 지금 광화문에서 이 인원이 모이는지 안모이는지, 행진을 갔다와서 … 경찰이 카메라 돌리면 광화문으로 돌진합시다. 더 이상 우리 앞에 거짓을 논하지 말라. 혁명동지 여러분 같이 죽읍시다. 죽으려면 삽니다. 우리가 제가, 왜 군복을 입었는지, 왜 여기 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바로 국민혁명군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세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더구나 이 대목을 정 대변인은 “중요한 얘기”라고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 발언을 한 뒤 한참 동안 집회 참가자들이 ‘동참한다’ ‘제청한다’ 등의 환호를 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등은 이 내용 일부가 보도된 지난 21일 20시35분 송고된 연합뉴스 기사 ‘함박눈 속 태극기 집회도..“탄핵시 폭동∙혁명 일으킬 것”’이라는 기사를 증거로 첨부했다. 유투브에는 뉴스타운TV가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있으며, 쉽게 정 대변인의 발언을 찾을 수 있다.

▲ 지난 21일 대한문앞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회장(겸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대변인). 사진=뉴스타운TV 영상 캡처
또한 이들은 21일 오후 5시47분에 중앙일보 온라인에 실린 기사 ‘“계엄령 선포해 빨갱이 죽여야”..보수집회 내란선동 논란’ 기사로 그 사례로 들었다. 중앙일보는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 대한문 앞에서 친박 단체들의 주최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은 ‘계엄령 선포 촉구’를 공공연히 주장했다”며 “연단에 선 한 승려는 ‘빨갱이들은 걸리는 대로 다 죽여야 한다’고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활동하는 성호 승려(속명 정한영)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쓴 방패 모양의 피켓을 들고 연단에 서기도 했다”며 “참가자들의 손에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연사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고 썼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및 계엄령 촉구’ 집회의 주최단체는 ‘계엄령선포촉구범국민연합’이었으며, 이들은 촛불집회를 ‘반란집회’라고 규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등은 고발장에서 “민주국가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나 이들이 시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 시국이 계엄령을 선포할 만큼 치안이 무너진 상태가 아니기에 오히려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범죄적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태를 방치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탄핵을 당한 이후에 이들이 주도하는 폭동이 일어나 정말로 대한민국이 내란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따라서 법 질서를 교란하는 친박극우단체들의 범죄적 행위를 사전에 막아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반란집회’로 매도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계엄령을 선포하라’,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등의 반헌법적인 과격한 구호와 살상을 부추기는 폭동을 선동하는 것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의 판단을 따르고자 고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집회 주최측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먼저 내란 선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겸 탄기국 대변인은 2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란 선동한 것은 문재인이 먼저이며, 오늘 문재인을 내란혐의로 고발했다”며 “(문 전 대표가) 처벌받으면 저도 똑같이 법정에서 처벌받겠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연설 때 했던 것을 갖고, 순간적으로 했던 얘기를 갖고 내란선동이라고 한다면, 문재인이 더 계산된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극언도 나왔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정 대변인은 “그것은 내가 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탄기국 소속이자 박사모 경남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권호씨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란 선동은 문재인이 먼저하지 않았느냐, 그 압력 때문에 판단이 흐려질 수 있어서 한 말”이라며 “우리쪽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그런 차원에서 한 발언을 내란선동이라고 하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인 부분이 있어서 고발 하면 감수하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고발장을 제출한 백은종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서울의소리 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촛불집회에서 주최측이 집회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에 의해 불법적 행위가 일어났을 때 주최측이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은 고사하고 되레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 하고, 자기들 말대로 100만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내란 선동해도 주최측이 제지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언급한 것에 대해 “5·16이 혁명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문재인의 혁명을 언급한 것이 내란선동이라는 것은 스스로 앞뒤가 맞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2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박근혜 추종세력 박사모 정광용등 란선동 고발 기자회견. 사진=백은종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행동본부 대표
한편, 앞서 지난 24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도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한문 앞의 집회 등에서 나오는 주장을 두고 “군부 쿠데타를 공공연히 사주하며 내란 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주도한 인사 5인을 고발했다. 이들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문에서 전 국회부의장 장경순, 예비역 공군 소장 한성주, 양평군 의원 송만기,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대표 윤용,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을 형법 제87조, 동법 제90조의 내란선동죄와 형법 제307조 제2항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대선주자(문재인, 박원순, 심상정, 안철수, 이재명), 야당대표(노회찬, 박지원, 천정배, 추미애), 이병호 국정원장, 한민구 국방장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간첩, 종북, 빨갱이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군부가 나서 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끔찍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이와 같은 행태에 전 국회부의장, 예비역 장성 등 저명인사들이 앞장서고 있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피고발인들에 대해 “군인들이 나서 촛불을 든 시민들을 모두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며 “아직도 이 땅에는 군부독재의 여독이 가시지 않았고, 정치군인들의 야욕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의 유족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은 전, 현직 공직자들이 어떻게 이와 같은 충격적인 말들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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