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너! 왜 이렇게 말랐니!” 전지현 커버 메이크업을 하면서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이 마른문어 안주를 보고 하는 대사를 패러디한다. 드라마 닥터스에서 의사로 출연한 박신혜 메이크업을 할 때는 ‘속눈썹 집도’ 같은 표현을 쓴다.

뷰티 콘텐츠지만 화장하는 모습만 나오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구독자 20만 명이 늘어나는 등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킴닥스(김다은, 24세)의 뷰티 콘텐츠는 화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21살 때 처음 뷰티 영상을 제작해 3년째 관련 영상을 만들고 있는 그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레페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래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내가 만든 영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첫 영상은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에 겨울왕국 캐릭터가 한복을 입고 새해인사를 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올렸다. 당시 구독자가 100명이었는데 조회수가 10만을 넘겼다. 놀랍더라.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메이크업 분야에 관심이 있다 보니 뷰티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 유튜브 크리에이터 킴닥스. 사진=조예빈 대학생명예기자.

- 대학생인데, 학업과 병행할 수 있었나?
“지금은 휴학을 했다. 독자가 많아지고 채널이 성장하니 힘든 게 사실이다. 이전 학기는 3학년이 되니 수업 내용도 어려워지고 과제도 많은데 영상을 찍고, 올리고, 팬밋업(팬미팅)도 열었다. 밤새 영상 편집하고 3~4시간 자고 오전수업 갔다가 공강 시간에 촬영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 유명 크리에이터인데, 실제 오프라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나?
“평소처럼 안 꾸미고 나가면 거의 못 알아보는데 꾸미고 나간 날은 대부분 알아본다. 남자분이 알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의 여성이 많았다. 종종 회사 다니는 여자 분들이 알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길에서 쫓아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10대 어린친구들이었다.”

-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건가.
“처음에는 오래 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은 직업과 크리에이터 활동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저도 여잔데 죽을 때까지 화장을 할 거 아니겠나.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뷰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면 일이 예측 가능한 게 장점이지만 단점이 될 수 있다. 유튜브는 주도적으로 장르를 정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 킴닥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댓글을 항상 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뷰티를 하다 보니 ‘못생겼다’ ‘안 예쁘다’라는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도 연예인을 할 게 아니니까 악플이 달려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느 순간 화장을 못한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이건 충격적이었다. 영상 자체에 공을 들이면서 그쪽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혼자 연습 많이 하고 책도 읽고, 강의도 많이 들었다.”

- 뷰티 콘텐츠의 장르는 어떻게 나뉘는지 궁금하다.
“리뷰, 튜토리얼, 하울이 있다. 리뷰는 특정 제품을 사서 ‘이건 색깔이 어떻네요’라고 하는 등 소개를 하는 것이다. 튜토리얼은 하나의 주제를 잡고 화장을 시연하는 것을 말한다. 또, 하울이라고 해서 여러 물건을 사서 보여주고 설명하는 장르도 있다.”

-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제품과 콘텐츠 타깃을 연결시켜서 만든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을 대상으로 주로 만들다보니 올리브영에서 살 수 있을 정도의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종종 김유정 메이크업 등 타깃층이 어린 메이크업을 하면 스킨푸드, 어퓨처럼 저렴한 제품을 사용한다. ‘이 사람은 내가 살 수 있는 제품으로 영상을 만드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독자들 피드백을 봐도 ‘언니는 내가 살 수 있는 제품을 써서 좋다’고 말한다.”

- 다른 뷰티 크리에이터와 달리 뷰티 콘텐츠 외에 일상을 다룬 영상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내용을 다룬 영상을 올리는 게 구독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일상 얘기를 하는 ‘한주한컵’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이유다. 독자들은 내가 누구인지 안다. 왜 뷰티를 시작했고, 꿈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단순히 영상만 보는 게 아니라 인물의 스토리를 알고,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 킴닥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콘텐츠 차별성을 의도한 건가?
“뷰티 크리에이터가 전국에 3명이라면 개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크리에이터가 많고 전문가들도 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야 한다. 인강(인터넷 강의) 선생님과 담임은 교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직접 얘기하고 그 선생님의 개인 스토리도 아니까 애착을 갖는 것처럼 유튜버도 똑같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람 자체로 브랜딩이 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 콘텐츠 자체를 보면 유머적인 요소가 많다.
“개성을 나타내는 재밌는 튜토리얼을 하거나 인트로, 아웃트로가 재밌는 경우 조회수가 잘 나오더라. 과일처럼 메이크업을 한다는 뜻으로 만든 ‘과즙상 메이크업’ 복숭아편은 조회 수 30만~40만이 넘었다. 메이크업을 할 때 박신혜, 이성경 등의 대사를 재연하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 킴닥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해외구독자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자막을 붙이는 게 도움이 됐다. 또, 해외 팬들이 좋아하는 한류스타들에 대한 메이크업을 디테일하게 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수지 메이크업이었는데, ‘진짜 수지얼굴처럼 되는 걸 알려 주겠다’면서 수지가 인중이 파였다면 인중을 만드는 등 포인트들을 잡고 얼굴의 윤곽까지 비슷하게 만드는 식이다.”

-뷰티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성이 예뻐지려는 욕구는 언제나 있다. 그런데 이걸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하기에는 애매하다. 이 가운데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유튜브에서 콘텐츠가 나온 것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아예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인강을 보고 따라하는 것처럼 말이다.”

- 마리몬드 등 사회적인 기업을 알리는 콘텐츠도 만들었는데, 이런 데 관심이 많은 건가.
“한일협정 당시 시민으로서 분노를 느꼈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었다.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기업인 마리몬드의 에코백을 사서 리뷰를 하는 영상을 찍으면서 한일협정 이야기를 꺼냈다. 마리몬드 브로치를 사비로 사서 구독자들에게 주기도 했다. 그러면 구독자들은 또 구매해서 나눠주는 식으로 캠페인처럼 번졌다.”

-레페리라는 뷰티 전문 MCN회사 소속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대체로 MCN회사에 소속 돼 일하는데,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되나.
“비즈니스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 경우는 콘텐츠 자체 수익보다는 광고를 찍거나 행사수익이 많은 편인데, 이런 관리까지 스스로 하게 되면 창작에 집중을 할 수 없다. 회사가 있으면 크리에이터의 특성이나 성격을 잘 분석해주고 콘텐츠 전략에 대한 계획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해외 팬들을 겨냥해 번역하고 자막을 만드는 작업도 도움을 받는다.”

- 뷰티 콘셉트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러분의 삶 속에 잃어버린 동화를 찾아드린다’는 콘셉트로 꿈을 잃다가 순수한 마음으로 동화 같은 순간을 다시 꿈꾼다는 내용의 웹영화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 메이크업 영상들이 부록처럼 들어가는 등 뷰티를 접목했다. 현재 활동인 뷰티 크리에이터와 내 꿈인 영화감독의 중간단계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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