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2011년 10월26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당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공식 사이트인 ‘원순닷컴’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이른바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전국의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고 시민사회는 이 사건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 이후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사건”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분노한 여론에 떠밀려 경찰, 검찰에 이어 특검의 수사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윗선은 없다”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적을 세우기 위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서관들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를 받아들인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특검 무용론’이 제기됐고, 배후로 지목된 한나라당은 결국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로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윗선’과 ‘목적’이라는, 풀리지 않은 의혹에 매달렸다. 수감 중인 주범들을 면회하고 이들의 가족을 만나고 사건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국민들의 뇌리에서 선관위 디도스 사건은 점차 잊혀져 갔지만 취재는 조금씩이나마 진전을 보였다.

사건 초기부터 디도스 공격을 실제 실행한 K커뮤니케이션 강아무개 대표와 접촉했고, 옥중 서신을 통해 “선관위 공격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재판 도중 강씨의 변호인이 대형 로펌 변호사들로 교체되기도 했다. 강씨의 항소심부터 10여 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매머드급 변호인단이 꾸려졌는데, 당시 강씨는 1심 변호사 수임료 중 2500만원을 내지 못해 지인이 대신 납부하기도 하는 등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더구나 이 대형 로펌은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곳이다.

강씨는 이후 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던 도중에도 집중 관리대상이었다. 강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감방 동료는 “강씨가 오랫동안 독방생활을 했다. 강씨가 어떤 서류 같은 것을 확보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때문에 집중 마크를 당한 것 같다”며 기자에게 면회를 가볼 것을 부탁했다. 강씨 역시 기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의 입장은 출소 후 180도 달라졌다.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그 사이에 IT 업체 사업가로 변신했다. 현재 강씨는 K커뮤니케이션의 멤버였던 황아무개씨, 조아무개씨를 다시 모아 출소 6개월여 만인 2016년 3월 ㈜○○이라는 IT 업체를 설립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이 업체는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급 빌딩 한 층을 통째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시간은 결국 진실의 편이었다. 취재 도중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가담했던 핵심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5년여 간 쫓아왔던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해 줬다. 그는 “여당(당시 한나라당) 수뇌부의 지시로 디도스 공격을 실행했고, 총선이 메인타깃”이라고 증언했다.

▲ 조해수 시사저널 기자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사이버 공격은 어느 선거에서든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는 올해 치러질 19대 대선 역시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한 것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19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부정선거에 대한 취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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