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민편집인 출신의 이봉수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진보언론이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일관된 논조를 가져야 한다”며 한겨레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봉수 원장은 조선일보 기자출신으로 19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해 한겨레 경제부장 등을 거쳤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매년 실시하는 언론신뢰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겨레를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2014년 8.4%, 2015년 7%, 2016년 5.4%로 하향세를 그렸다. 반면 한겨레는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 6위에 이름을 올리며 상위권에 위치했다. (관련기사=조선일보·한겨레, 20년간 보수·진보 정파보도 늘었다)

이봉수 원장은 최근 출간한 저서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에서 “한겨레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떨어뜨린 핵심 요인은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정파신문이라는 낙인”이라며 “이 주장은 한국사회의 이념적 지형을 교묘하게 파고든 선전선동일 수도 있지만 일정 부분 (한겨레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 우경화정책을 펼 때, 권력형 뇌물 비리가 불거질 때, 한겨레가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았는지 엄중하게 뒤돌아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 책에서 “한겨레가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엄청난 특종 퍼레이드를 벌이고도 JTBC의 태블릿PC특종이 더 부각된 요인은 한겨레 보도가 정파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의구심이 다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기사의 방향에 맞는 사람만 인터뷰해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은 보수신문이 심하지만 한겨레에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겨레가 보수매체에 영향력이 뒤지는 것은 첫째 정치기사의 정파성 탓이 크다. 한겨레 정치부나 논설실 안에는 최소한의 합의된 논조가 없고 기자들이나 논설위원들 사이에 심한 정치적 성향 차이가 지면에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창간호.
이 원장은 한겨레가 자기성찰 무풍지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의 권위지들은 사과에 능한 신문들이다. 한겨레도 권위지가 되려면 사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한겨레는 16대 대선에선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하며 확인되지 않은 김대업 주장을 크게 보도했다가 허위판결을 받았고,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 BBK 의혹을 보도하며 김경준 주장을 크게 보도했다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한겨레 주장처럼 판결이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한겨레가 검찰과 국세청의 의도에 말려드는 식의 보도 또한 적지 않았던 점은 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가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엄중 수사를 촉구하는 사설들은 자제했어야 옳지 않을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한겨레 사장은 발행인으로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적어도 분기별로 지면을 반성하는 발행인 편지 같은 것을 띄울 필요가 있다”며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 외부 감동을 살 수 없고 내부 혁신도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한겨레가 각종 논란의 중심에서 스스로 위상을 높이려면 미디어팀과 미디어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부문은 전문기자의 영역인데도 한겨레는 아직 그렇게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 23일 출판기념행사에서 자신의 책을 소개하며 “진영논리 때문에 (진보언론에 대한) 혐오도가 높아진다. 진보언론은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진보언론이 가치중심의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전히 아젠다 세팅은 신문이 하고 있다.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하게끔 해야 (신문이) 살아남는다”며 진보언론의 의제장악능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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