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정부 지원 배제 명단)' 개입 여부를 확인한 후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명단과 관련된 대통령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면서도 "대통령 관여 여부는 수사 기간 동안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월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포커스뉴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21일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와 취재원인 특검 관계자를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고소할 것이라 밝혔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황성욱 변호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할 것이라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해명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문제다.

중앙일보는 지난 21일 보도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문화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따라 각 수석실에 명단 시행을 지시했고 조 장관과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이 이 리스트를 주도적으로 관리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명단의 존재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014년 1월29일, 같은해 7월9일 두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을 면담해 ‘이렇게 하시면 안된다(블랙리스트로 지원 배제를 하면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한다고 판단해 작성 및 시행 주범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 공언해왔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민중의소리

블랙리스트 작성 주범들은 대부분 구속돼 마무리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유진룡 전 장관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데 이어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장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24일 소환돼 특검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구속된 블랙리스트 주도 혐의자는 김 전 실장, 조 장관, 신 전 비서관을 포함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등 5명이다.

김 전 실장 및 조 장관은 여전히 모르쇠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명단의 존재 여부조차 부정해왔다. 이 대변인은 "현재까지 두 명 모두 특별히 유의미한 진술 태도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씨의 블랙리스트 개입 여부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이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일축했다.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오는 26~27일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정유라 이화여대 학사비리건'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 23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 국내외 시민들이 특검 수사를 응원하며 보낸 꽃바구니들이 놓여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대변인은 "향후 재판 기일 고려해 집행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24일 오전 10시, 25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오는 28일이 구정 연휴인 점에 비춰 특검의 선택지가 26~27일로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 측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타 재벌 대기업, 우병우 전 민정수석, 그리고 청와대를 포함한 박근혜 대통령 강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검은 삼성그룹 뇌물 혐의에 대한 보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3일,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은 24일 각각 특검 소환 조사에 임했다. 이같은 보완조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수순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은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에 법리검토는 마친 상태고 방법 등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