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에서 KBS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불공정 보도 논란 중심에 있던 인사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선거 캠프로 가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012년 2월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현 KBS 사장)에 이어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이화섭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는 구성원으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등 불공정 보도 논란에 휩싸였던 인사다. 그는 2013년 5월까지 KBS에 있다가 고려대학교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섭 전 본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4월 말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당시 문재인 캠프에 가는 걸로 합의했다. 강력한 자원봉사자로서 힘 닿는대로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의 행보는 KBS 안팎으로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KBS출신의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캠프 측으로부터 이화섭 전 본부장이 언론특보 추천을 받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는 최 기자가 동료 KBS 기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KBS 기자에게 이 전 본부장을 언론특보로 추천받았다며 전화로 의견을 구했다는 이야기였다.

▲ 이화섭 전 KBS 보도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와 문자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직 특보단은 구성되지 않았다” “본인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이 전 본부장은 24일 통화에서 “그쪽(문재인 측)에서 아마 확장성(외연 확대)을 고려해 영입 제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특보 영입 제안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으로 캠프 그림이 그려져 있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KBS 재직 시설 ‘불공정 논란’에 대해 “보도책임자로서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에 서있을 수 없었다. 양쪽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며 “당시엔 정파성을 띄는 것이 부적절했다. 지금은 대단히 자유로워졌고 정파성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향후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지상파 등 방송과 갈등 요소가 있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문 전 대표의 가치와 신념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본부장이 문 전 대표의 캠프에 가게 되면 과거 불공정 시비가 재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는 2010년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 사태 등 정부 비판 보도를 막았던 인물로 내부에서 손꼽혔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 전 본부장은 2012년 8월과 9월 개최된 KBS 공정방송위원회 회의에서 장준하 선생의 유골 발견 뉴스에서 ‘독재’와 ‘유신’ 등의 용어가 빠진 것에 대해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발언해 KBS 구성원으로부터 역사 인식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전 본부장은 통화에서 “KBS에선 과거 정권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원칙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