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을 만들었던 전국MBC기자회 소속 기자들도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24일 지역 MBC 기자들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0일 양 일간 열린 지역MBC 사장단 회의에서 경위서 동영상에 동참한 각 사 소속 기자들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많은 기자가 참여한 경남MBC 황용구 사장이 경위서를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지역MBC 사장단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사장단 회의를 전후로 24일 오전까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지역사는 충북·대전·안동·울산·경남MBC 5곳이다. 충북MBC는 현재 경위서 요구를 보류한 상태다.

지난 4일 서울 MBC 3년 차 막내 기자 3명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부끄러운 MBC 보도에 대한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후 사측이 경위서를 요구하자, MBC기자협회 소속 90여 명 기자들은 10일 막내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신 경위서 동영상을 올렸다.

▲ 지난 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 갈무리.
이어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동료 기자 79명도 12일 막내 기자들 지지하는 경위서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들의 경위서는 “지난 2013년 말 사회 문제를 한탄한 대학생들의 이 대자보가 확산될 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며 “부패한 권력이 서서히 민낯을 드러내는 그 순간, 강자의 횡포가 심해지고 약자의 고통이 커지는 그 지점에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 MBC는 때론 서울 MBC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서울이라 다르다고 때론 포기했고, 지역 뉴스만이라도 살려보려고 악착같이 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결국 다 같은 MBC였다”며 “지역 촛불집회에서도 서울 광화문 못지않게 우리를 향한 시선은 따가웠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중 서울 3년 차 막내 기자들이 낸 반성문은 다시 눈물 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취재를 멈출 수 없다. 개XXX라고 해도, 촛불 집회를 기록할 것이고, 세월호를 취재할 것이고, 부정부패를 감시할 것”이라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 고맙다. 그들의 용기만큼 우리의 싸움은 치열했을까. 우리도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역 MBC 기자들의 자발적인 경위서 동영상 동참에 일부 지역사 사장이 경위서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기자들은 전국기자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이해승 전국MBC기자회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역 MBC 기자들의 경위서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서울 MBC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같은 MBC 이름으로 살아가는 지역 기자들이 국민에게 대신 사과한 것”이라며 “그에 대해 회사가 경위를 밝히라고 하면 참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경위서 동영상을 먼저 올린 서울에서도 요구 안 하는 경위서를 지역사 사장들이 앞장서서 요구하는 건 지나친 충성 경쟁”이라며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경위서로 압박한다면 1탄에 참여 안 했던 기자들도 2탄, 3탄으로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지역 MBC 기자는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개별 기자들은 전국기자회에서 공동 대응할 때까지 아직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고, 일부 지역사는 보도국장 선에서 구두로 경위를 파악한 곳도 있다”며 “만약 사측이 무리하게 징계를 시도한다면 동참 기자들 대부분이 조합원이므로 노동조합을 포함해 각 직능단체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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