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임명 과정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청와대 인사 개입을 실토한 것이다.

SBS에서 정치부장·보도국장·기획본부장 등을 지낸 김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비판 보도를 통제하고 KBS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수석을 박근혜 정부 ‘언론부역자’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던 언론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차 전 단장은 이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신문 과정에서 2014년 말 최씨가 자신에게 김 전 수석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정치적 성향과 홍보수석 임명에 대한 의향을 물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 전 단장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을 통해 (김 전 수석에게 청와대) 홍보수석 맡을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고 전달했느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질문에 “네”라고 시인했다.

▲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차은택씨. 사진=연합뉴스, 민중의소리
이는 차 전 단장이 송 전 원장을 통해 청와대 홍보수석 임명에 대한 김 전 수석 의견을 전해들은 뒤 이를 최씨에게 전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2015년 2월 김 전 수석이 신임 홍보수석에 임명됐다는 것이다.

차 전 단장의 20년 지기인 송 전 원장은 김 전 수석과는 대일고등학교 동문의 연이 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10월 초께 차 전 단장과 접촉해 증거인멸 논란을 일으켰다. 이 시기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국정감사가 이뤄지기 전이다. 

차씨가 대리인 김모씨 등을 통해 각종 자료와 자신의 입장을 담은 문건 등을 김 전 수석에게 제출한 것인데, 청와대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특정한 방향으로 짜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수석의 무리한 언론 개입 및 통제 정황은 매번 도마에 오르곤 했다. 김 전 수석은 2015년 6월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했던 국민일보에 직접 전화를 걸어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에 항의했다. 

이후 국민일보 지면에서 정부 광고가 누락돼 ‘광고 탄압’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KBS 사장 선임 국면에선 김 전 수석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김 전 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 사장 후보자(현 KBS 사장)를 청와대 지명 후보로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었다.

고 사장은 2015년 11월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 낙점설을 부인하며 김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 이사장의 경우 “KBS 사장 임명 제청과 관련해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전임 KBS 이사장인 손병두의 조언도 들었다”며 김 전 수석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SBS 내부에서도 김 전 수석과 관련한 폭로가 잇따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김 전 수석이 매일 홍보수석실 회의를 열어 언론 보도를 ‘비판 보도’ ‘옹호 보도’ 등으로 분류하고 세세하게 모니터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본부장은 “그 가운데서도 SBS 보도를 가장 먼저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한 비판 보도에 대해 김 전 수석은 직접 취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언론시민단체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청와대의 언론장악 실태 핵심인사인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전 수석 등을 KBS 사장 인사에 관여하고 KBS 이사회 이사들의 사장 추천권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언론계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과 비선들의 언론개입 의혹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앞서 김 전 수석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특검으로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상태”라며 “검찰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차은택씨 증언으로 비선들이 언론장악과 맞닿아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의 비선들이 언론사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젠 특검이 나서서 비선의 언론 개입과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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