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12살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 대신 공장에 출근했던 빈민소년 노동자의 어릴 적 직장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저는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던 그 소년 노동자의 소망에 따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여러분께 고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자신이 어린시절 학교 대신 다녔던 성남시의 한 공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흙수저’ 출신 이 시장은 “제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바로 아무도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정한 나라”라고 선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공장은 이 시장이 16세부터 18세까지 근무한 시계공장이다. 현재는 연구 및 생산 라인이 통합돼있지만 이 시장이 어린 시절 근무하던 당시에는 생산라인이 별도로 있었다. 이재명 시장은 집안 환경이 어려워 학교 대신 공장에 다녔다. 이 곳에서 일하다 화학약품에 노출되는 바람에 지금도 모든 음식의 냄새를 맡지 못할 정도로 후각을 잃었다. 이 시장은 프레스 기계에 눌려 팔을 다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대선출마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차현아 기자.
이날 공장 내 주차장에는 약 1000여명의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자들과 이재명 시장의 어머니와 아내, 아들 2명과 누나, 둘째 형과 막내 동생 등 가족들이 모였다. 주로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지지자들이었으며, 간간히 젊은 지지자들도 보였다. 지지자들은 주황색 바탕에 흰 글씨로 ‘손가락혁명군’이라 쓰인 손팻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공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노동자와 성남시 청년배당으로 혜택을 받은 청년, 보훈단체 회원, 중소기업 종사자와 대리운전 기사 등 각계 각층의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기반으로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이 시장은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6년 봄부터 깔끔한 교복 대신 기름때 묻은 회색 작업복을 걸친 채 어머니 손을 잡고 공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어머니는 벨트에 감겨들어 뭉개져버린 제 손가락을 보고 또 우셨고, 프레스 사고로 비틀어져 버린 제 왼팔을 보고 또 우셨고, 장애와 인생을 비관해 극단적 시도를 두 번이나 하는 저를 보고 우셨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또한 “광부로, 건설 현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하다 추락사고로 다리를 절단하신 강원도 큰 형님은 몸이 불편해 못 오셨다”며 “야쿠르트 배달원을 거쳐 건물 청소 일을 하다 2년 전 새벽 과로로 딴 세상 사람이 된 여동생은 저 하늘에서 오빠를 격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가족을 한명한명 소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셋째 형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대선 출마선언문을 통해 사드 배치 철회를 전제한 자주적 균형외교와 재벌체제 해체 등을 포함한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 기본소득과 토지배당,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과 부정부패 청산, 원전제로 정책, 공영형 사립대학 체제를 통한 교육의 상향평준화 등을 꾀하겠다고도 밝혔다.

▲ 23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부정부패, 불의에 맞서 기득권을 깨트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시장은 “역사상 가장 청렴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성남시장이 된 후 시정에 개입하려는 형님을 막다가 의절과 수모를 당했다. 평생을 부정부패와 싸우고 인간적 고통을 감수하며 청렴을 지킨 이재명만이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시장은 “대통령은 강자 편을 들어 약자를 버렸다. 세월호 학생들을 구하지 않았고, 국민의 노후자금을 빼내 삼성 이재용의 불법 상속을 도왔다. 이런 강자를 위한 권력, 비정상의 권력을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일 독재를 청산하고 금기와 불의,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 이재명 시장은 대선 출마선언 후 오후4시에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 삼성반도체피해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반올림' 천막농성장(474일째)을 방문해 가족과 피해노동자를 위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대선출마선언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여론조사는 표본을 뽑아 물어보는 것이고 수동적으로 될 것 같은 사람이 누군지 답하는 것이다. 경선은 다르다. 경선은 돼야 하는 사람을 능동적으로 선택해 고르는 것이다. 대세는 없는 것이고,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과 관련한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에 대해서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예산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 국민 위해 안 쓰는 사람들이 비방하기 위해 쓰는 말이 포퓰리즘”이라며 “국민을 위해 쓰는 예산을 공짜라든지 헬리콥터머니라고 비방하더라도 저는 옳다고 믿는다. 최소한 사대강 바닥에 뿌리거나 자원외교로 해외에 버리거나 순실예산 등을 위해 쓰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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